교무수첩

교무실 좌석 배치

사회선생 2015. 4. 9. 13:09

내 앞에 선후배 국어 교사 둘이 앉아있다. 늘 그들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서 논의하고 서로 다르게 해석한 것에 대해서 설득 혹은 수용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들을 협의한다. 그러면서 그들도 공부한다. 그러다가 문득 한 명이 이야기한다. "과별로 앉으면 좋겠어. 이런 얘기들을 함께 하면 좋을텐데...둘이 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하면 더 좋은 생각이 나올 수도 있잖아."

당연하다. 학교의 목표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에 있다면 과목별로 앉아야 한다. 그래서 서로 어떤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왜 그런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 등에 대해서 편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교사도 성장하고, 학생들도 더 좋은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 사회과나 국어과처럼 자료 분석을 해야 하고, 개념이나 원리를 도출하고 적용해야 하는 학습을 해야 하는 과목은 더욱 그렇다. 서로 교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재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교무실의 좌석 배치는 행정적 업무 처리 중심으로 되어 있다. 교무부, 학생부, 연구부로 나뉘어 있고, 담임 업무 중심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교과목 교사들이 교과서에 대해서 함께 모여 교재 연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사실 좌석 배치만 과목별로 해 주어도 '이거 어떻게 가르쳤어요? 학생들이 이해를 잘 해요? 난 이 개념이 잘 이해가 안 돼요. 이 활동이 여기에 들어가는게 맞는거에요? 이 문제 정답은 두 개 아니에요?' 등등 얼마나 이야기꺼리가 많은가? 교사들끼리 그런 논의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교사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고, 교사의 성장은 그대로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학교는 이런 데에 관심이 없다. 말로는 학력 신장,, 학력 신장을 외치지만 속내는 '보여주기 위한 행정'으로서의 학력 신장, 서울대에 몇 명 보냈는지를 과시하기 위한 학력 신장일 뿐이다. 정말 학력 신장을 조금이라도 원한다면 교재 연구와 가르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자리 배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행정 업무가 아니라 교과목 중심으로 교사들의 자리 배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일시키기 편한 배치를 최고로 칠테지만 교사의 교재 연구와 수업을 가장 중심에 놓는다면 - 담임 업무가 아니라 - 과목별 배치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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