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과서로 수업하기

사회선생 2015. 4. 16. 07:50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나는 교과서로 수업한다.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둔 고등학교에서는 교과서보다 내용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수능 유형의 문제들이 많은 교재들을 찾아 그것으로 수업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혹은 특정 교재 선정의 부담때문에 교사가 인쇄물을 만들어서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 다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 재미있고 풍부한 사례와 읽기 자료들이 많은 교과서를 선호한다. 절대로 내가 교과서를 썼기 때문에 더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원래 나는 유인물이나 개조식으로 정리가 잘 된 참고서보다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기를 좋아했고 여전히 그렇다.

 아쉬움이 있다면 다른 나라들처럼 교과 교실이 있고 교과서가 개인용이 아니라 학교 소장용으로 만들어졌으면 이보다 훨씬 풍부한 자료와 소재들을 활용해서 교과서를 만들 수 있을텐데 하는... 그러면 더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네 교과서는 주요 내용만을 압축적으로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좋지만, 또 아이들은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야 하고, 교사들은 또 다른 좋은 수업 자료들이나 소재들을 찾아야 한다. (물론 교과서가 있어도 그렇게 하는 교사가 더 좋은 교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서나 문제집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사회과 수업은 교과서의 개념과 학생들의 일상 생활이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 교과서적 개념과 원리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을 때에 흥미가 유발되고, 수업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교과서가 훨씬 낫다.  내용의 단계적인 흐름이 고려되어 있으며, 적절한 사례가 제시되어 있고, 사고력을 신장시켜줄 활동까지 나름대로 학습 내용의 범주와 위계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업 시간에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보는 관점을 학습하고, 탐구 활동에 제시된 영화 일급 살인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사회 구조의 지배를 받는 존재인가? 자율성을 가진 존재인가에 대해서 논했다. 제임스를 생각하면 자율적인 존재인 것 같고, 헨리영을 생각하면 구조적인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오늘 내 수업의 목표이다. 국가 교육과정이 살아있는 한 좋은 교과서는 좋은 수업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오늘 직원회의 시간, 수업 시간에 교과서가 아닌 다른 교재를 선정하여 수업하지 말라고 교육청 지침을 전달받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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