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임 교사 시절을 반추해본다. 나는 학생들에게 권위적이었으며, 관대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포용적이지 못했다. 학생들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매우 권위적인 태도로 대했고, 내가 가르치는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강요했으며, 그들의 일탈을 이해하며 선도하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훈계하면서 다그쳤다. 심지어 체벌도 했다. 아무리 체벌이 합법적이었던 시절이라지만, 그리고 남학교 문화 속에서 체벌은 일상이었다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과한 처벌을 하는 교사들을 싫어하면서도 나 역시 회초리라 명명되던 몽둥이를 종종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 때에는 몰랐다. 그래도 그 시절 후회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열심히 한 교재 연구. 내가 학생들 앞에서 권위를 세우려면 잘 가르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가르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적어도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만큼은 의미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무엇인가 깨달음, 느낌, 새로움, 아니면 지식이라도 넣어주는 의미있는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시절을 나와 함께 했던 제자들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40에 접어든 가장들이며 사회인이다.이름을 대는데 누군지 얼굴들이 떠오른다. 내게 머리통도 많이 쥐어박혔고, 구렛나룻도 종종 잡혔으며, 허벅지도 맞았던 그 녀석들이 그래도 고맙다고 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 왔다. 반갑고 고맙고 미안했다.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한 멋대가리 없는 말. "야, 너희들, 이젠 말썽 안 부리고 잘 살지? 난 이제 완전 아줌마다. 만나면 실망할텐데..." "참, 선생님 현승이가 선생님께 보내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대요. 주소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꼭 뵙고 싶어요." 종종 느끼지만 학생들이 나보다, 교사들보다 나을 때가 참 많다. 부끄럽지만 그리운 시절의 그리운 얼굴들이다.
p.s. 대학원에 다니는 동료가 지도교수때문에 힘들어 한다. 의욕과 열정이 넘쳐서 늘 과제도 지나치게 많고...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초임 교수지? 본인의 입지도 다져야 하고, 만만하게 보여서도 안 되고, 학문적으로 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훈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할거야. 그래서 더 권위적으로 굴겠지. 성인들이니까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든가, 아니면 네가 피하는 수밖에 없을거야. 근데... 전자보다는 후자가 나을 거 같다. 네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마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어쨌든 명분은 학문적 훈련이니까 굽히지 않을걸" 아, 초임들은 어디에서나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구나 느끼면서 그렇게 말을 하자 그 후배가 내게 말하길, "아냐 언니. 평생 이런 스타일 고수하는 사람들도 많아." 난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쯧쯧... 그런 것을 자신의 학문적 신념이라며 고수하다니... 간혹 평생 철이 못 드는 사람들도 있어. 그냥 무조건 피하고 맞는 사람을 찾아보는게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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