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왜 담임 안 해?" 가깝지 않은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묻는다. "왜 담임 안 해?" 어제 오늘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사실 그네들의 숨은 전제는 '너는 담임을 해야 돼' 라는 사실이며, 그네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너만 무슨 특권으로 빠진거야?' 라는 약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잡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정말 왜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다. '신상에 무슨 변화라도 생긴건가?' 그것을 종합하여 묻는 질문이 바로 '왜 담임 안 해?'
사실 내가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닌데... (학교도 엄연한 조직이라 시키면 할 수밖에 없지 내가 무슨 힘이 있나?) 그런데 이번 학년도에는 수업을 18시간 하게 되었다. 담임은 16시간이 원칙이다. 그런데 내가 16시간을 하면 3학년 사회문화 수업을 타교과에서 지원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비전공자인 사람에게 3학년 과목의 수능 준비를 맡겨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거기에다가 나도 비담임을 원했다. 올해에는 종합 시험도 치러야 하고, 소논문도 한 편 써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비담임을 하고 싶다고 제언서에 써 넣었다. 아마 학교에서는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하여 비담임으로 결정한 듯 하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정말 최악의 경우 18시간 하면서 담임하라고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점점 꿈이 소박해져서 최선이 아니라 최악만 피할 수 있어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동료들의 질문에 '그냥 수업을 좀 더 하게 됐어요' 라고 하고 긴 말을 하지 않았다. 수업을 좀 더 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는 상황 설명이 깔끔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임 16시간 원칙이 정해진 이후에도 - 나보다 어린 후배 교사들이긴 하지만 - 18시간하면서 담임을 한 교사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타교과에서 3학년 사회문화 수업을 하도록 할 수 없었나보지요.' 이렇게 답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만일 나에게 18시간을 하면서 담임을 하라고 했다면 나도 말했을거다.' 지금 타교과는 과원이라 수업 시수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어린 후배들도 15. 16시간 하면서 담임을 모두 하는데, 저만 18시간 하면서 담임을 하라는 것은 부당합니다. 16시간 하면서 담임할테니 16시간으로 해 주십시오.' 그러면 14시간인 타교과 담임이 두 시간을 가져갔겠지... 아, 나 역시 수업 시수에 있어서만은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예민하게 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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