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한 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서 일을 하며 중고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내게 아이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 전문대를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가까운 전문대에 합격했는데, 아이는 4년제를 가고 싶다며 경기도의 4년제 신학대학(합격한)에 등록하겠다고 우긴다면서 별로 좋지도 않은 대학인 것을 알면서 굳이 보내고 싶지 않다고, 그럴 만한 형편이 아니라고 했다. 참 난감했다. 아이는 4년제를 가고 싶다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형편이 그렇지 않으니 그냥 전문대에 갔으면 하는...
나는 학생의 뜻대로 4년제에 보내주자고, 가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번 찾아보자고, 나중에 아이가 후회하거나 원망하면 어머니도 힘들어지지 않겠냐며 오히려 어머니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 역시 어느 쪽을 보내는 것이 더 취업이 유리한지 어떤지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가장 가고 싶은 대학은 현재 예비 번호를 받아놓은 상태라 아직 불투명한 상태인데, 그곳이 합격되면 어머니도 학생도 그 곳으로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할 바에는 어머니는 전문대, 딸은 그래도 4년제를 고집하고 있는 상태라서 아직 결과는 열려 있다. 모쪼록 그곳이 합격되어 어머니와 딸이 합의가 잘 되어 그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선생님, 저희 아이는 서울권의 4년제를 꼭 보내야 합니다." 하는 학부모는 많이 봤어도 3월부터 "선생님, 저희는 형편도 그렇고... 아이가 공부를 썩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까운 전문대 정도만 가도 족합니다. 본인은 욕심을 내고 있지만, 저는 욕심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학부모는 처음 경험했는데, 문득 가정에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말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짠했다. 학생은 정말 긍정적이고 밝고 열심히 해 보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내가 늘 농담으로 '너는 고등학교가 3년이 아니라 4년이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1,2학년때 성적이 너무 아쉽다." 할 정도로 3학년에 올라와서 성적이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린 아이였다. 모쪼록 원하는 대학에 추가 합격이 되어서 그 수직 상승 곡선이 대학에서도 지속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 때 힘들어도 4년제 보내길 잘 했어 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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