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수업연구를 마치고.

사회선생 2014. 12. 30. 15:00

 우리 학교에서는 초임 교사들이 발령 받은 첫 해에 수업 연구를 한다. 그 외의 교사들은 한 학기에 하루 정해진 날에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에게 수업 공개를 한다. 그리고 각 과목별로 경력순에 따라 수업 연구를 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다. 수업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수업에 대한 부담이 왜 클까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 볼만한 주제이므로 차치하고!

 아무튼 내 순서라기에 알겠다고 하긴 했는데 부담은 둘째치고 곤란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나는 주로 3학년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질문으로 주제를 이끌어들이며 수업을 하긴 하지만 어쨌든 기본 수업 방식은 강의이다. 때문에 새로운 수업 방법을 보여주길 바라는 수업 연구에는 적절하지가 않다. 새롭게 무엇인가 해 보고 싶어도 3학년에는 적절하지가 않다. 그래서 1학년 수업 4시간 중에서 한 시간을 잡아 해 보려 했는데, 일정을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결국 12월 기말고사가 끝난 후에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하기로 했다. 그런데 심지어 오늘 학교 일정이 변경되어 30분 수업이 돼 버리고 말았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교과서에 있는 '창업설계하기' 주제를 가지고 '사업투자설명회'를 하였다. 모둠별로 사업자의 입장에서 창업 계획을 발표하고 학생들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하는 식이다. 정말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았고, 그런 면에서 나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 물론 한 시간에 다 할 수 있는 분량은 아니었지만 - 글쎄... 보수적인 수업관을 가진 분들이 보기에는 '교사는 뭐하는거야?' 이랬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해야 할 일을 하나 끝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좋은 수업의 트랜드가 요즈음은 학생의 주도, 참여, 협동 등으로 설명되는 것 같은데, 나는 이런 트랜드가 별로 달갑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과에서의 좋은 수업은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내면에서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연결시키고, 자신의 삶을 성찰, 반성, 실천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는 나에게는 늘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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