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무실 유감

사회선생 2014. 12. 12. 23:00

 우리 학교는 교실을 세 개 쯤 붙인 하나의 공간에 거의 전교사가 모여있다. 대략 70명쯤 되는 인원이 하나의 교무실에서 근무한다. 1학년 교무실만 별관에 따로 있다. 물론 교무실에는 파티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80명이 넘는 전교사가 한 교무실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교사 근무 환경 개선을 고려한하면 교무실을 분리해 주는 것이 맞다.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교무실이 학년별로 분리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생각이 다를테니 그건 차치하고!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가에 따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스트레스 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많다. 굳이 연구 결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간혹 수업을 덜 한 것 같이 덜 피곤한 날이 있다. 한 학년이 수련회를 갔다든가, 소풍을 가서 교무실 근무 인원이 확 줄었을 때이다. 그들이 공간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인데, 그 자체로 한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접촉해야 할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그것은 스트레스 지수를 뚝 떨어뜨린다. 몇 주 전 3학년이 체험 학습을 다녀온 다음 날, 내 앞에 앉은 동료 교사가 말하길 "이상하게 꼭 시험 때인 것처럼 한가한 기분이었어요." 그랬다.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나는 파티션은 별로이다. 교사학습공동체가 구성이 되어야 하고, 교사 간의 교류 - 학생에 대한 이야기나 교수 학습 방법에 대한 이야기 등-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티션이 쳐지면 - 이전 학교에서는 파티션이 있었다 -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매우 부담스러워진다. 하지만 소규모 교무실로 분화되는 것은 적극 찬성이다. 스트레스 강도는 줄어들면서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에서는 소위 칼퇴를 많이 한다. 한 교무실에 있다보니 그 압박감으로 빨리 교무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렇게 느낀다. 관리자들은 칼퇴근 하는 교사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무실을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으로서의 구분이 불분명한 편한 공간을 만들어주면 된다. 학교에서 근무하고, 학교에서 쉬고, 학교에서 밥먹고, 학교에서 자기 일도 짬짬이 하게 되면... 나 역시 교실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교무실이 있다면 아마 웬만한 일은 학교에서 하고 - 책 보고 책 쓰고 기타 등등 - 짬짬이 교실에 들려서 학생들 살펴 보고, 심지어 밖에서 일을 한 후에도 잠깐 들려서 교무실에서 차 마시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지인 교사를 만났는데, 자기네 학교에 가서 놀자는 것이다. 네 명이 근무하는 교무실로 데리고 갔는데, 그 안에 테이블에 다과까지... 정말 편안한 공간이었다. 그녀는 나와 담소를 나누다가도 짬짬이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자신의 반 학생들을 보러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무실. 이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내년부터는 빈 공간 하나 없이 80명이 넘는 인원이 한 교무실에서 근무해야 한다니... 정말 생각만 해도 숨막힌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건 분명히 아닐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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