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서 학교 선택제에 대한 연구를 한다며 경희대의 K교수가 연구 대표 되어 있는 설문지를 전교사에게 돌렸다. 일반고를 자사고, 특목고와 비교하여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지였다. 교육청의 새로운 모토가 '일반고 전성시대'라나?
아무리 봐도 설문지의 전제 조건부터 잘못되었다. 아마도 연구자는 일반고의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면 자사고 특목고와 같아질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또 하나 일반고 간에는 학교의 수준 차이가 매우 크다는 현실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항목은 일반고를 자사고와 비교하여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식인데 일반고를 하나의 범주로 일반화하는 것은 솔직히 아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강남의 8학군에 있는 일반고와 강북이나 구로, 금천에 있는 일반고는 특목고와 일반고 만큼이나 - 아니 그 보다 더 - 차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지를 작성하며, 다들 한 마디씩 하는 말. '아이고, 의미없다'
그런데 이 잘못된 설문지를 기계적으로 분석하여 일반고에 어떤 지원(?)을 해 주면 자사고나 특목고와 같아질 수 있다고 또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릴 것 아닌가? 아, 세금 아깝다. 일반고 학생들이 저학력인 것을 학교의 노력으로 - 자사고나 특목고 수준으로 - 개선할 수 있다고 보는 발상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개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개선의 정도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대학 입시로 보자면 SKY를 보낼 정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절대로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를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큰 판과 틀을 바꾸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율형은 입시를 위한 인문고로, 특목고는 엘리트고나 전문직업학교로, 일반인문고는 저학력학생들이 졸업장 따는 것을 목적으로 다니는 학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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