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보충 수업이 매우 빡세게 행해질 예정인가보다. 1월 31일날 방학을 하는데, 1월 5일에 시작해서 2월 25일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방학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이야기인데, 그건 너무 치명적이다. 교사 좋다는 것은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 더 쉴 수 있는 '방학'이 있다는 것 아닌가? 물론 요즈음의 방학은 근무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 학교 근무도 많고, 연수도 많아서 옛날처럼 무작정 쉬기 힘든 환경이지만, 어쨌든 일반 직장인들보다 조금 더 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하루도 쉬지 않고 방학 보충을 하는 것을 대다수 교사들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많이 한다는 것은 보충수업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월급 외에 부수적인 소득을 생각해서 보충 수업을 하려는 사람도 있다. 원래 보충 수업은 수업료를 따로 받는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50분에 4만원이다. 일주일에 네 시간씩 하면 한 달에 130만원쯤 월급 외의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만일 방학때 한 달 동안 매일 4시간씩 한다면 320만원쯤 월급 외의 소득이 생긴다.
노골적으로 보충을 하라고 하면서 "돈이라도 벌어.' 라고 말하면 싫다고 하지만 - 그걸 간부 교사들은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고 '당신 아니면 누가 하겠어? 보충 수업을 꼭 개설해 줘.'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네들도 속내는 '돈도 적당히 벌고 나쁘지 않잖아?'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보니 그런 말을 듣는 교사들도 못이기는 척 '알겠어요'라고 답하고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기꺼이(?) 감수한다. 속으로는 '그래 뭐 어차피 수업할거고, 돈도 조금 버는데 뭐...'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가 다르기 때문에 많이 하는 사람, 적게 하는 사람, 안 하는 사람... 다양하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사정이나 상황은 개인마다 다르다. 그런데 그렇다보니까 보충수업을 대하는 태도도 매우 이중적이다.
자신은 보충이 너무 많다고 계속 투덜거리는 동료를 보았다. 그래서 난 그 교과에서 후배라고 독박 씌운 줄 알았다. 노우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갖다 붙여 놓은줄 알고... 그런데 알고보니 충분히 노우라고 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너무 기간도 길고 힘들기 때문에 원치 않을 경우에 강사를 구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도 미리 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아직 보충이 시작되기 훨씬 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싫으면 노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 이거 진짜... 일본인들만 혼네와 다테마에가 있는 줄 알았더니,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돈에 관한 한은 혼네와 타네마에가 존재한다. 개인의 마음 속에서만 혼네와 다테마에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서로의 속마음을 뻔히 알면서도 수업 하는 사람은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라 말하고, 수업을 맡기는 사람은 '흔쾌히'그가 수업을 맡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당연히 다수의 동료들은 모두 '흔쾌히'로 알고 있다. 차라리 그럴 바엔 "보충 수업 다들 하기 싫어하는데, 제가 왕창해서 돈이라도 벌지요 뭐. 전 수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구요. 방학 때 놀면 뭐하겠어요?" 이러면 어땠을까 하는 것은 나의 이상적인 생각일까? 혼네와 다테마에. 머리 나쁜 사람은 정말 읽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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