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사고 치다

사회선생 2014. 12. 3. 22:30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에는 수시를 앞두고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는데, 2학기 기말고사 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11월 20일에 사회문화 시험을 보고, 24일과 25일에 걸쳐 주관식 답지 확인도 일일이 다 했고 - 몇 점인지,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는지 학생들이 자신의 채점된 답안지를 확인한다. -  객관식 답지가 제대로 채점이 되었는지 역시 그 시기에 확인을 했다. 정오표를 보면 자신이 객관식 문항에서 몇 번이 틀렸고, 몇 번이 맞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학기 때에는 반드시 이의 제기를 하는 학생들이 최소한 서너명은 온다. "선생님, 주관식 이건 왜 틀려요? 맞게 해 주시면 안돼요?" "선생님 3번 문제는 4번이 답 아니에요? 그런데 왜 3번이에요?"  그들의 이의 제기가 맞는 것은 수용하고, 아닌 것은 설득해서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면 생기부에 성적이 올라가고 성적표가 인쇄되어 나온다. 

 그런데 어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학생들과 유유자적 관람하던 중, 한 학생이 내게 묻는다. "선생님, 사회문화 11번 문제 정답이 2번 아니에요?" " 내가 문제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하지?" "아, 왜 라디오 매체와 TV 매체를 비교하는 대중매체 문제 있잖아요?" 기억이 대충 난다. 그래서 " 응, 대충 기억이 나. 그런데 왜?" " 그 문제 답이 2번인데 3번으로 채점되었어요. 라디오 매체가 청각 장애인에게 유리할 수는 없잖아요. 확인 좀 해 봐 주세요." 나는 "당연하지, 정말 그렇게 채점됐다고? 확실해? 아니 그렇다쳐도 너는 그럼 정오표가 나온 지가 언젠데 그걸 왜 지금 말해? 알았어. 일단 내일 학교에 가서 확인해 보마."  그랬다.  정말 짜증이 확 올라왔다. 이미 생기부에도 성적이 올라간 시점이다. (물론 수정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번거롭고 여러 사람이 수고를 해야 한다. 때문에 담당 교사로서는 매우 미안한 일이다. 교원평가점수 감점 당하는건 상관없는데, 민폐를 끼치는 건 어쨌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 아닌가?)

 그리고 오늘 정답 카드를 봤다. 이런, 분명히 답이 2번인데 3번으로 되어 있었다. 정리교사가 정답 카드를 기재하면서 실수를 한 탓이지만, 어쨌든 최종 검토를 내가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다. 일단 전산실과 교무부장에게 바로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시 채점을 해야 한다고 한 후, 정리교사에게 가서 정정 기안 올리라고 했다. 교장에게 직접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  "교장이 누가 실수해서 이렇게 된거냐고 물으면 내가 그랬다고 해. 어차피 찍힌 사람이 계속 찍히는게 낫지. 새로운 사람이 리스트에 올라가는 건 안 좋아."  그가 기간제 교사였기 때문에 차라리 나 혼자 책임을 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썩 괜찮은, 기꺼이 동료로 삼고 싶은 기간제 교사인데...그가 원하는 곳에서 꼭 정교사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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