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2학기 기말 사회 수행 평가로 교과서에 있는 '창업계획세우기'를 하고 있다. 사회 교과서에 창업설계가 들어간 이유는 고졸 창업과 취업을 장려하는 시책과 더불어 실제로 적용 가능한 지식을 가르치자는 취지때문이다. 학생의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실제 창업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쯤 창업계획을 해 보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는 '창의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슘페터의 혁신이 창의적으로 들어갔는지, 현실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고 점수를 부여하겠다고 한 후 며칠 동안 수합한 창업 계획서를 보고 일일이 코멘트를 달고 점수를 써 주었다. 예를 들면 '이미 스마트폰으로 위치 추적만 하면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정보를 유료앱을 통해 정보를 받으려는 소비자가 있을까?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됨. 20점' 이런 식이다. 참고로 만점은 22점이며 대략 한 반에서 22점이 20% 정도이다. 어쨌든 모두 평가를 한 후 돌려주었다. 그런데 1학년 8반의 학생 두 명이 교무실로 왔다.
"선생님, 저는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요. 이건 분명히 수익성이 있다구요. 그런데 왜 제가 20점인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말했다. "나는 거기에 써 준 이유대로 아무리 봐도 수익성이 없어보이는데... 그래, 선생님이 틀릴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네가 수업 시간에 친구들을 상대로 발표를 해서 친구들을 과반수 설득할 수 있다면 만점을 주마. 선생님은 그 정도 제안까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내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친절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알겠다며 돌아갔다.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혹시 교우 관계게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 친구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지 않으면 어쩌지하는...
그리고 오늘 수업 시간. 동일하게 모두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점수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전체를 상대로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한 후 과반을 설득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어제 왔던 두 명 포함, 네 명이 지원을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좋은지 열심히 설득했다. 하지만 어제 멤버를 제외한 딱 한 명만 간신히 과반을 얻었을 뿐, 역시 친구들이 제기한 문제점도 내가 이야기한 문제점과 다르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온정적으로 손을 들어주기는 했으나 18명 이상이 지지해야 하나 대부분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지지만 얻는데 그쳤다. (다행이 학생들은 객관적이고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정말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달에 공개수업을 해야 하는데, 기말고사가 끝난 후라 진도도 모두 끝난 상태이고, 오늘 했던 창업 계획 세우기를 모둠별로 만들어 한 번 더 해 보자고 할 생각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창업계획서들이 나올까 벌써 기대된다.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창업계획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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