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수업비평모임을 시작하며

사회선생 2014. 11. 21. 00:05

 이제 나이를 좀 먹고 보니 외부에서 만나는 동료들 중에도 장학사나 교감이 종종 있다. 공립에서는 40대에 교감되는 사람들이 꽤 많은가보다. 그럴 때마다 아, 이제 나도 나이 먹었구나 절감한다. 하지만 장학사나 교감, 교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교감과 교장은 교사로서의 - 내가 생각하는 - 장점인 티칭(teaching)과 연구가 주업무가 아니라 장학과 관리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행정적인 일이 주업무가 되기 때문에 나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그들도 시켜줄 리 없지만, 시켜줘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원래 행정가적 기질은 없다. 행정업무처리 못한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나의 관심 밖이다. 교사에게 티칭과 교재연구는 학생과 더불어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며, 이런 이유로 교사가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 일을 마다하고 피곤하게 '학교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교사인 어른들'을 상대해야 하는가?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뜻맞는 교사들과 좋은 수업이란 어떤 수업인지 논의하며 상호 간에 수업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티칭과 교재 연구에 대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항 출제 원리나 방식에 대해서 연구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보고픈 마음은 있다. 궁극적으로 '좋은 수업'을 하고 싶은 욕심때문이다. (주제 넘게 너무 거창한가? 솔직히 신임교사들이 별로 교육 활동에 대해 열정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저럴 거면 뭐하러 교사하지? 자신도 재미없을텐데... 어차피 교사하기로 작정했으면 재미있게 열심히 잘 해 보지... 그런 생각이 든다.)

 우여곡절 끝에 뜻맞는 교사들 몇과 우리끼리라도 수업 공개하고 스터디를 하며 수업비평을 해 보자고 의기 투합을 했다. 진행 과정이 괜찮으면 논문도 하나 쓰고, 더 좋으면 책도 하나 내 보자는 생각이 있다. 몇 명을 좀 더 영입하고 싶지만 아무리 교무실을 훓어봐도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몇몇 빈정거릴 사람들은 보이는데, 동참해 보겠다고 할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였다. 유능하고 괜찮은 기간제 교사가 몇 있어서 함께 일 해 보고 싶지만, 내년에 어찌될 지 모르는 한계와 현재의 불안함때문에 함께 하자고 청하기 힘들었다. 아쉽다. 아쉬운대로 첫 수업비평은 연구수업을 가지고 해 보기로 했다. 첫 수업비평문이 어떻게 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고 기대된다. 선행연구를 제대로 좀 해서 그네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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