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사의 3월은 느리게 간다

사회선생 2015. 3. 3. 16:00

새학기 시작한 첫날부터 금요일같은 몸상태가 되었다. 학교에 있으면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수업도 많이 하고 일도 매우 많이 한 것 같은데 아직 일주일의 절반도 가지 않은 화요일이다. 비담임인 나도 이런데, 담임들은 오죽할까 싶다. 담임들은 학생들 신상파악하고 면담하고, 의례적으로 학년 초에 학생들 신상에 관한 서류들 만들어 내느라 정신없다. 담임 교사들이 비담임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만하다. 담임이 된 가까운 동료 교사가 내게 말한다. "표정 관리 잘 해. 지금 담임들은 죽을 맛이야." 

교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잔뜩 긴장해 있다. 그들에게도 첫 수업이니 어떤 사람이 어떻게 가르칠까 호기심을 가지고 볼수밖에 없다. 나 역시 온갖 잘난척 다 하며 폼 잡아가면서 소개하고,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대해 알려준 후 수업을 한다. 나의 수업관은 배움이 있는 즐거운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교사관은 학생들이 교사를 좋아하되 어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런데 학생과 교사 간의 성격 파악은 거의 첫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첫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1년 동안의 수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더 많이 신경쓰고 준비해서 들어가고, 많은 에너지를 써서 수업한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런 탓이다.

그런 탓일까? 이틀 지났는데, 몸과 마음은 금요일 상태이다.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 아직도 화요일이야."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학생들이 우더리같기를  (0) 2015.03.08
나의 초임 시절   (0) 2015.03.07
왜 담임 안 해?  (0) 2015.02.04
개학날의 해프닝  (0) 2015.02.03
제 아이 좀 설득해 주세요  (0) 201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