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최저임금이 5210원이다. 한 시간 일하고 동네 분식점에서 딱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다. 말 그대로 최저이다. (하루에 몇 시간을 며칠 동안 일해야 의식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네 학생들이 많이 일하는 편의점이나 빵집 등에서 수습 기간을 강요하며 석 달 동안 최저 임금의 80%밖에 안 주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있단다. 아, 진짜 벼룩의 간을 빼 먹지... 대부분 알바생들은 법에 대해 무지할 뿐더러, 스스로 통신비라도 벌어야 하는 열악한 형편인지라 -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알바를 시키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라고 권하며 필요한 돈은 부모가 대 준다. - 80%라도 받겠다고 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근로 계약서도 쓰지 않고...그런 청소년들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그런데 수습은 그야말로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장기 근로의 경우에만 최대 석달까지 인정되는 것이며, 그것도 최저 임금의 90% 이상은 주어야 한다. 도대체 동네 편의점이나 빵집에서 물건 진열하고, 계산하는 데에 무슨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수습 운운하며 알바생들의 임금 20%를 갈취한다는 말인가? 가뜩이나 최저 임금이 적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리 학생들이 그런 처우를 받으며 일을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업주들은 말한단다. 운영이 어려워서 알바생들에게 최저 임금 주기도 힘들다고... 최저 임금을 낮춰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알바생 고용하지 말고 당신이 직접하시죠."
업주들의 이런 행태에도 화가 나는데, 어느 충청도 도의원은 "생계 목적이 아니라 경험이나 학비 마련 목적으로 일하는 청소년에게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단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의 노동은 특별히 더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도 무시한 이런 도의원도 있으니 도의원도 시험 보고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청소년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사회 시간에 근로를 위해서는 어떻게 계약을 해야 하는지, 최저 임금은 얼마이고 만일 받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통해 구제받아야 하는지 배운다. 자주, 빈번히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배운다. (1학년 사회 시간에 모두 배우고, 2학년 혹은 3학년에서는 문과 중에서 법과 정치를 선택한 학생들이 또 배운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나? 사회에 나와서 만나는 어른들은 "계약서 필요없어. 나 못 믿어? 사장도 못 믿으면서 어떻게 내 밑에서 일을 하겠다는거야? 그럴 거면 관 둬." 이런 식으로 순진한 청소년들 등쳐먹으려는 어른들이 여전히 있으니... 아, 우리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해야겠다. 최저 임금은 얼마이고, 수습 기간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때에는 둘 수 없으며, 계약서는 구두가 아닌 문서로 꼭 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선생님, 그렇게 까다롭게 굴면 시작도 못해요. 일단 저는 최저 임금의 80%라도 벌어야 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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