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공무원 연금과 안전 장갑

사회선생 2014. 11. 11. 09:36

 아무리 머리 굴려 봐도 국민 연금이 낮은 이유는 공무원 연금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이 높으니 그걸 깎아서 국민 연금과 수준을 맞추겠다는 발상이나, 그걸로 국민 연금 더 주겠다는 생각이나 모두 정책적으로 옳지 않다. (정책이란 자고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공무원 연금도 허점이 있지만 그 문제는 공무원 연금 수령액이 높은 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절한 수혜 대상자들이 높은 연금을 받는 데에 기인한다. 

 언론의 태도도 가관이다. 정부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하겠다고 하면, 공무원 연금만큼 국민 연금을 올려 달라고 여론 몰이를 해야지, 왜 공무원들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하며 공무원 연금은 국민 연금보다 높으니 깎아야 한다고 보도하는가? 왜 자꾸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 그깟 공무원 연금 받는다고 갑자기 공무원들이 대단한 기득권 층이라도 된 것처럼 - 사회를 분열시키며, 그 결과로 하향평준화 시키려고 하는가? 언론은 여전히 정부 방송인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국민들 싸움 붙이는 정치인들의 저질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주의 업무 행태 때문에 기분 나쁜 경험을 해 보지 않은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업률 높아지며 임시직이 많아지는 시대에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드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고 공무원의 연금을 탓할 수는 없다. 왜 정부에서 살림살이 제대로 못해서 거덜 나고 있는 재정의 책임을 공무원이 져야 한다는 말인가? 수 십 년 동안 연금 하나 바라며 묵묵히 일해 온 공무원들이 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 잘못은 우리가 했는데, 책임은 너희가 져! 너희는 공무원이니까?

 정부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공무원은 최고의 대우를 해 주고, 가장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공무원은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월활히 돌아가게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적인 일'을 한다. 이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적인 이익'이 개입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철저하게 업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운영하려면 그들에게 더 높은 대우를 해 주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절대로 청렴하게 업무를 봐 주기를 기대하고, 10원어치의 비리라도 발각되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렇게 공무원 운영 정책이 나가는 것이 옳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소방관들이 안전장갑을 자기 돈으로 사서 사용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 공무원의 현주소이다. 근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처우도 폼 나게 살려주지 못하는 정부이다. 방염복이나 안전장갑 하나 제대로 구비해 주지도 못하면서 이제 연금도 기대하지 말아라? 난 우리나라가 이런 정도로 가난한 나라라는 데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살림 살이를 개판으로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기에 소방공무원 장갑 하나도 못 사 주고, 이제는 연금도 못 준다고 버티는건지... 정부는 최강 갑이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675359&plink=ORI&cooper=DAUM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그쇼 기사를 보다가   (0) 2014.12.17
너 내가 누군지 알아?  (0) 2014.12.08
최저 임금 5210원은 주셔야죠.  (0) 2014.11.03
누구를 위한 4년인가?  (0) 2014.10.29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야하는 세상  (0) 201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