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사회선생 2014. 12. 8. 21:02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다시 되돌리는 경우는 기체에 문제가 있거나 매우 특별한 비상 사태일 경우에 한한단다. 그런데 오늘 대한항공의 부사장이 승무원 기강 잡는답시고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다시 되돌려, 출발 시간을 10 여 분이나 지연시켰단다.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째 내밀었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이다. 원래는 접시에 담아서 서비스하는 것이 정석이란다. 부사장 입장에서 우리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에 타는 승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승무원이 이 따위로 서비스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문책할 수 있다. 항공사 부사장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목숨처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하는 서비스만 중시했을 뿐, 그 비행기를 타고 있었던 다수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안중에 없었다.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뜨고 내리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이건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부사장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특권 의식에 쩔어 횡포를 부린 것이다. 다수 승객들에게 미칠 서비스를 우려해서 훈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서비스에 열받은거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무례한 사람은 승무원도 사무장도 아닌 부사장 그녀였다. 그녀가 소리지르며 기내에서 화를 냈다는데, 대충 그 상황의 그림이 그려진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디 건방지게 이 따위로 서비스를 해? 네 위 사무장 누구야? 당장 데려와. 사무장이 서비스 매뉴얼도 몰라? 안 되겠다. 너 당장 내려! 기장!! 비행기 다시 돌려!" 이렇게 소리지르며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을것이다. '어디 알아서 모시지 못하고 땅콩을 봉지째 내밀어? 미친거 아냐?

 아, 난 이런 장면이 왜 개그콘서트에서 보는 것 같은지 모르겠다. 이처럼 코메디같은 일들을 뉴스에서 보고 있노라면 나도 똑같은 톤으로 한 마디 하고 싶다. "어떻게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그 따위 일로 돌리지? 미친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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