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여름방학 보충 수업 마지막 날의 일기

사회선생 2014. 8. 8. 04:00

 

1.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수업. 20명으로 시작된 수업인데, 10명 남짓 남았다. 방학 보충이다 보니 '아파서 못 와요, 수련회 가서 못 와요, 가족들과 피서가서 못 와요, 늦잠 자서 안 가요' 등등 사연도 많고, 이유도 많고, 핑계도 많다. 남은 10여명의 아이들도 지치고 힘들어한다. 또래의 아이들이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걸 보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싫어진다고 한 학생이 말했다. '잭팟은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한 번은 터져.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야. 걔들은 좀 일찍 터진 것 뿐이야. 그냥 너희는 너희 길을 가면 돼. 근데... 잭팟이라도 터뜨리고 싶으면 열심히 동전 넣으며 슬롯머신이라도 돌려야 되지 않겠니? 그냥 터지는 건 아니다. 무슨 뜻인지 알지?" 

 

2. 12시 20분부터 약식으로 진행된 1학기 사정회. 사정회 통계표를 보니 우리 반의 평균 성적이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내가 점수표를 처음 받은 것으로 기재한 탓이다. 오류가 있었는지 나중에 다시 나누어 주었는데 반평균 51점과 54점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 그냥 두었다. 그런데 막상 사정회 통계표를 보니 너무 점수차가 큰 꼴찌인거다. 그런데 그렇다고 굳이 "저희 반 점수 54점인데, 잘못 기재된 거에요." 하긴 싫었다. 굳이 우리 반은 꼴찌 반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그냥 우리 반 꼴찌반으로 치고, 다른 이들 마음 편하게 해 주자고 작정했다. 가만히 보니 우리 반보다 못한 반이 한 반 더 있었다. 무슨 상관이랴?

 

3. 할 일이 태산인데, 도저히 집중력이 떨어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교감선생님께 면담진행상황표도 내야 하고, 학생들이 맡겨 놓은 자기소개서도 봐 주어야 하고, 1학기 출석부 정리도 끝내야 하고, 생기부 확인 작업도 해야 하고, 2학기 중간고사 원안지도 제출해야 하고, 중간고사 학부모 감독표도 제출해야 하고, 보충수업료와 급식비 미납자 명단도 책상 위에 놓여있다. 아, 참, 우리 반 교실 블라인드와 에어컨 고장 난 거 개학 전까지 꼭 고쳐달라고 말해야 하는데...에어컨은 열흘 전부터 이야기했지만 고쳐주지 않고 있다. 개학날까지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내가 아무리 에어컨 싫어해도 그렇지, 습하고 바람없는 날은 잠깐이라도 틀어야지 그렇지 않음 학생들 수업하기 힘든데... 요즈음 돈 드는 일은 모든 일이 진행 속도가 너무 더디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쳐줄 건 고쳐줘야지... 아이고 모르겠다. 일단 모든 일을 다음 주로 미루고 철수했다. 기운이 빠지고 머리가 산만해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4. 달력을 보니 개학까지 딱 1주일 남아있다. 엄밀히 말하면 15일은 공휴일이니까 방학은 4일 남은 셈이다. 아, 여름방학이 4일밖에 안 남았다니... 몸도 마음도 이렇게 지쳐있는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정말 몸이 찌뿌드드하고 피곤하다. 4일 동안 쉴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뭐 크게 다르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