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중간고사 관심없는데요.

사회선생 2014. 8. 23. 10:24

 다음주 월요일부터 3학년 중간고사 기간이다. 1학기 시험 기간에 느껴졌던 학구열(?)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월요일이 시험이라 이미 여름 방학 전부터 여러 차례 고지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 몇몇이 금요일 수업 시간에 묻는다. "그런데 선생님, 시험 범위가 어떻게 돼요?"

 그나마 시험 범위를 묻는 학생은 책이라도 한 번 훑어보고 오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대부분의 학생은 아예 관심이 없다. 대학에 들어가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하긴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데 '당장의 이익'이 없는 공부를 하겠는가? 그렇다보니 늘 우등을 했던 학생들도 2학기 고사에서는 평균 점수가 70점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3년간 전교 1등 했던 아이가 3학년 2학기에서는 반에서도 5,6등 하기도 한다. 어차피 나의 학벌 만들기 이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부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계산을 하고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참 씁쓸하다. 이런 비교육적인 행태가 보편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학생들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입시제도가 2학기 중간에 존재하고 있고, 1학기 내신 성적만이 전형 대상이 되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모든 입시 제도는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에 전체 고등학교 성적을 모두 종합하여 전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2학기 기말고사를 앞당기고 수시와 정시가 같은 기간에 이루어진다고 할 지라도 그렇게 행해져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가 되지 않는 한, 올바른 인성 함양 및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 성취 수준 달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 수시와 정시 두 가지 전형을 병렬로 놓고, 둘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면 어떤가? '내신이 좋으면 수시에 넣고, 수능을 잘 봤으면 정시에 넣어라.' 그러면 고등학교 학교 교육은 정상화되고, 학생들은 좀 더 안정적으로 입시에 응할 수 있고, 교사들 역시 지도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물론 대학은 당장 입시로 인한 수익이 엄청나게 줄어들겠지만, 대학 수익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이 대학 입시는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대학 수익보다는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가 더 중요한 가치 아닌가?  

 이미 수능 선택 과목에서는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황폐화가 이런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앞에서 교사는 떠들고, 학생들은 교사를 외면하고 자신이 필요한 공부하고...(이도 사실 말이 공부이지, 교사의 통제 밖으로 나간 그들이 동영상 강의 본답시고 드라마나 보고 있는지 알 도리가 무엇인가? ) 우리의 입시 제도는 교실 현장을 이렇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