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무실이 한 개밖에 없는 학교

사회선생 2014. 8. 4. 23:00

 한 교무실에 백 명 정도가 모여있는 교무실은 아마 대한민국에 우리 학교밖에 없을 것이다. 교사 수가 모두 90명 가까이 되는데, 1학년 담임 13명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한 교무실에 모여 있다. 명목상은 교무실을 만들 공간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한 눈에 쉽게 통제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한 공간에 모아 놓은 듯 하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일 시키기도 편하고 누가 들고 나는지도 한 눈에 파악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관리자 중심의 시대착오적인 교무실 배치이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근무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소규모 집단으로 나누어 교무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심지어 많은 학교들은 파티션으로 개인 영역까지 존중해 주고 있는 마당에 개인 영역은 안 해주더라도 학년 영역 정도는 해 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이러다가 신문에 날 일인데...) 예전처럼 대면접촉이 아니면 정보 전달을 하기 어려운 사회도 아니고, 통제를 특별히 엄격히 해야 할 특성을 가진 집단도 아닌데 굳이 왜 모두를 한 눈에 보고 싶어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문득 벤담이 구상했다는 판옵티콘이 떠오른다. 한 명의 간수가 다수의 죄수들을 한 눈에 관리하기 위하여 고안했다는 판옵티콘.   

 학년별이든 부서별이든, 교무실을 소그룹으로 나누어야 하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나마 분리독립되어 있었던 1학년 교무실도 통합 예정이라고 하니 달갑지 않다. 물론 교무실을 분리, 독립시키는 것이 초기 비용도 더 들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내 수하들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무실 분리가 맞다. 교무실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근무 환경이 쾌적해 진다. 예전에 2학년이 수학여행을 가서 한 학년 담임들이 교무실을 며칠 동안 비웠다. 그런데 남은 교사들이 모두 한가하고 편한 기분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일일이 부딪히는 것 자체가 인간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이는 심리학에서 오래 전에 입증된 연구 결과이다.)

 둘째,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교무실이 크다보니 몇 명 남아있지 않아도 에어컨은 거의 다 돌려야 하고, 전등도 거의 다 켜 두어야 한다. 공간의 특성상 한 부분만 켜 놓으면 덥고 어둡다.  

 셋째, 학년별 교사들 간에, 또한 학생과 교사 간에 상호 의사 소통이 조금 더 수월해지고 빈번해 질 것이다. 한 학년의 담임 교사들이 한 공간에 있으니 전자야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교무실이 가깝고 편하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교무실이 나뉘어 있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은데 - 서로 쓸데없는 일에 관심도 덜 갖게 되고 - 그나마 분리되어 있던 1학년 교무실도 곧 하나로 합쳐질 예정이라고 하니, 이것 참 시대에 자꾸 뒤떨어지는 학교 운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