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입학할 가능성 중 가장 높은 두 가지. 수능을 아주 잘 보거나 지역균형전형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 중 강북의 일반고에서 현실적으로 서울대에 입학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지역균형전형에 추천을 받는 것이다. 사실 지균 추천을 받는다고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전형에 비하여 경쟁률이 낮기 때문에 그나마 합격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보니 누가 어떤 방법으로 지역균형 추천을 받는가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올해 좀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다. 내신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이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최저 등급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내신 성적이 가장 우수하고, 수능 최저 학력 조건에 부합되는자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기준)를 우선순으로 추천한다고 규정해 두었는데, 해당 학생이 하필이면 6월에만 최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다음 순위로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몸이 안 좋아 6월 모의고사를 아예 보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1,2등은 추천을 받지 못하고, 3,4등이 서울대 지역균형에 추천을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여기까지는 교사들 간에 이견이 없었다. 원칙대로 처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서울대가 6월 모의고사 성적을 비공식적으로 참고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고대 학교장 추천은 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고대도 최저에 부합되며 내신 성적 순으로 문이과 각각 두 명씩 선발하여 추천해 주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 최저나 고대 최저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규정대로라면 여전히 고대 추천도 받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등이고, 최저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대라도 추천을 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 편으로는 그렇게 되면 원칙이 깨져서 오히려 더 큰 분란을 만들수 있으므로 기존에 정해 놓은 원칙대로 적용해서 선발하자는 의견도 이에 맞서고 있다.
내신 1등을 살려주기 위해 규정의 예외로 둔다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래도 명색이 1등인데 모의고사 한 번 못 본 탓에 3년 간의 업적(?)을 폄하당하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중복 추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도 이해는 된다. 서울대와 고대 중복 추천을 허용했던 이유는 서울대에 붙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합격률을 높이려면 붙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두 군데 정도까지는 중복 추천을 허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최저가 되지 않는 학생들도 내신이 더 좋다는 이유로 혹은 수능 시험은 더 잘 볼 테니 추천해 달라면서 학교 결정에 따르지 않고, 계속 담임교사와 학교에 이의 제기를 하며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1등이기 때문에' 살려주는 것은 앞으로 1등인 학생들이 수능을 못 봐도 1등만 하면 추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교장 추천을 합격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내신 1등이면 뭐하는가? 충분조건인 최저 학력을 못 맞추면 말짱 꽝인것을....
이 학생을 '특별히' 예외로 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현격히' 높일 수 있는가?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학생은 없는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별로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면 예외를 두는 것은 매우 큰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매우 민감하게 충돌되는 사안일수록 감정과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올해 우리반에는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학생이 없다. "얘들아, 고맙다. 선생님은 학교장 추천 심의위원회에서 별로 할 말이 없었어. 추천대상자가 하나도 없어서 말이야. 그냥 우리는 우리 힘으로 대학 가야 하는거 알지? 노력해라." 학생들이 웃는다. 해당 담임들은 지금 머리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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