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꼴로 하는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 밤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하루쯤 함께 못 해 주랴 싶다. 저녁 먹고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교실에서 졸음을 참아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측은하고 안스럽다. 성적이 중위권이나 상위권인 학생들에게는 자율학습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 물론 이도 연구해보지 않아서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에 그렇다는 말이다. -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혼자 공부하는 데에는 약간의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해 보겠다고 늦게까지 교실에 앉아 책과 씨름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짠하고 기특하다.
학년 초부터 자율학습을 하겠다는 인원이 많아서, 또 교장님의 방침에 따라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참고로 요즈음에는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작년까지는 백오십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독서실에서 했지만, 교실에서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뜻과 옛날처럼 밤에도 환하게 밝혀진 교실을 보고 싶어하는 교장님의 뜻이 맞아 떨어져 결국 교실에서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자율학습 인원이 많이 빠져 나간 지금도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것은 전력 낭비가 너무 크다. 전체 14개 교실에서는 에어컨이 빵빵 돌아가는데 반평균 12명이 교실에 남아있다. 여름과 겨울,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는 계절만이라도 독서실로 보내는 것이 옳다. 에너지 절약은 습관화시켜야 할 지구적 시민의 덕목으로 보는 나로서는 긴 소매 옷 입고 거의 1/3도 안 찬 교실에 에어컨 틀어놓은 것이 참 불편하다. (끄자고 하면 습하고 답답해서 싫댄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학교에서 하도 재적수 대비 참여율을 가지고 압박을 가하니까 자율학습일지의 재적수가 적게 - 많다면 다들 수정했겠지만 -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들이 참여율을 높이려고 모른척 그대로 두고 있는 반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물론 모른척했다. 아, 난 왜 이런 운도 없어. 우리반은 40명 그대로 적혀있네...오늘도 25% 참여율.
p.s. 8시에 중간 쉬는 시간이 끝나고 교실을 돌아보니 인원은 확 줄었다. 한 교실로 모는 것은 피차 불편할테니 다시 독서실로 가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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