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아이가...

사회선생 2014. 5. 21. 18:46

"우리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 마케팅 차원으로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동물해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에서 실험실을 급습하여 동물실험의 실체를 폭로했을 때, 많은 이들은 경악했다. 실체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인간의 도덕적 감수성은 태생적이라고 믿는다. 실험 동물의 모습을 보게 되면 동물 실험에 반대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그렇다고 교육적 차원에서 실험 동물들의 처참한 몰골을 보여주어야 할 지... 나도 보지 못하는 것을 차마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동물실험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합의되기 힘든 쟁점이다. 동물도 고통을 느끼므로 동물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합의가 되지만,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때문에 동물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므로 동물 실험은 3R의 원칙을 지켜서 해야 한다로 귀결되었다. (아직도 동물 실험을 많이 하고 있으니 귀결된 것 아닌가.) 3R이란 reduction(감소), replacement(대체), refinement(개선) 이다. 제대로 지켜지고 있기나 한 지.

 한 1학년 학생이 질문을 할 꺼리가 많다고 하기에 그럼 수요일 종례 후에 오라고 했더니 외부 동아리 활동때문에 올 수 없다고 한다. 무슨 동아리냐고 물었더니 해부 동아리란다. 의대를 꿈꾸는 학생이라 교내에는 있지도 않은 어느 사설 동아리에 들어갔나보다. 수 많은 화장품 회사와 제약 회사로도 모자라 입시 시장을 공략해서 만든 사설 해부 동아리라니... 기가 막혔다. (입시제도가 이상하니 별 게 다 생긴다. 이런 것이 법적으로 아무 제재없이 설립(?) 가능한가? 좀 알아봐야겠다.) 그냥 한 마디만 하고 보냈다. "그게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될까? 똑같은 성적이라면 나는 해부 동아리 활동한 사람보다는 다른 봉사 활동 열심히 한 마음 따뜻한 학생을 선발하겠어. 그런 테크닉은 의대에 들어가서 배워도 늦지 않아."

 문득 귀여운 비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릴 때에는 워낙 활발해서 실내에서 키우기 힘들어 악마견이라고도 불리는 비글. 순종적이고 건강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다른 견종에 비해 더 많이 실험견으로 차출된다. 아마도 어느 실험실에서 숨을 간신히 내쉬며 이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을까?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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