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축하드려요" 학생들의 인사가 어색하다. 나에게 특별히 기쁜 날이 아닌데, 왜 축하를 받아야 하는지. 축하란 무릇 기쁜 일이 있을 때 하는 인사 아닌가? 스승의 날은 '선생님 감사합니다'가 맞는 인사이다.어버이 날에도 부모님께 - 축하한다는 황당한 인사보다 - 감사한다는 인사를 하는게 옳다. (아, 이걸 안 가르쳤네...)
그들의 '감사한다, 존경한다, 사랑한다'는 말 - 나는 그런 대상들에게조차 쉽게 말하지 못하는 - 을 들으며 학생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교사인 것은 맞지만, 학생들에게 그런 인사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스승인지는 조금 생각해봐야겠다. 교사로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쳤지만, 스승으로서 그들의 본이 될 만한 인격을 갖추었는지는 자신이 없다. 오늘같은 날도 그냥 차라리 쉬는 날로 만들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모쪼록 나를 거쳐간 학생들의 기억에, 열심히 재미있게 잘 가르쳐 주었던, 그래서 사회 공부를 재미있게 해 주었던 선생님 정도로만 기억해 줘도 감사하겠다. 더 나아가 어떤 힘든 일에 부딪혔을때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사람들 중 하나로 기억해 주고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얘들아, 지금처럼 늘 밝은 얼굴로 주변인들과 감사를 나누는 삶을 이어나가길. 나도 노력하마.' 학생들 앞에서는 하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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