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수업 주간이다. 학부모에게, 동료 교사에게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 수업에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는 편이지만, 공개 수업은 부담스럽다. 첫째, 수업을 필요로 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의를 하는 것과, 너 수업 얼마나 잘 하는지 한 번 보자고 '구경'하는 사람에게 강의를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아닌 관찰자 앞에서 수업을 하는 것은 편하지 않다. 둘째, 수업은 학생과 교사 간의 교감 그 자체인데 -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제3자가 있으면 학생도 교사도 완전히 몰입하는 수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평소와는 다른 수업을 하게 된다. 관찰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경우에는 농담이 약해지고, 매우 격을 갖추어 말하게 되어 평소와 다른 진지함이 나타난다. 오래 전에 방송에서 수업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한 번쯤은 보고 싶고, 그런 맥락에서 공개 수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의 공개 수업으로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조금 무리이다. 단, 수업의 분위기나 교사의 수업 태도 및 방법 등은 조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의 교사 평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은 다르다. 비교적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공부를 못하는 학생도 교사가 잘 가르치는지 못 가르치는지, 성실한지 불성실한지, 내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등은 귀신같이 잘 안다.)
오늘 한 학부모는 어느 국어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이렇게 썼다. '목소리도 좋고, 태도도 좋고, 수업이 참 좋았습니다. (외모도)' 수업참관록을 수합하는 업무를 맡은지라 우연히 본 그 한 줄의 코멘트. 괄호 치고 쓴 '외모도'에서 빵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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