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교복 치마 길이에 관심 갖는 이유

사회선생 2014. 4. 3. 22:08

 생활지도부장이 교내 방송을 했다. 교문 생활 지도를 할 때 치마 길이를 재서 1차 위반시 벌점, 2차 위반시 생활지도부장과 면담, 3차 위반시 치마 폐기 처분이란다. 학생들과 방송을 들으며 빵 터졌다. "얘들아, 치마없이 학교 생활할 수도 있겠다. 난 너희들의 하의 실종 패션을 보고 싶지 않다. 조심해라." 웃으며 한 마디 하고 나왔다. 치마 길이를 재다니... 교과서에 빈번하게 나오는 70년대의 미니스커트 단속 장면이 떠올랐다. 시대착오적이다.

 교칙이 있는데 지켜지지 않으면 이미 그 교칙은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다. 빨리 대체하는 것이 낫다. 교칙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학교의 권위만 더 떨어진다. 파마 머리가 안 된다고 하지만 이미 학급에 파마 머리를 한 학생은 다섯 명 이상 되고, 염색이 안 된다고 하지만 염색을 한 학생도 그 정도 된다. 귀에 피어싱을 한 학생은 매우 많다. 화장은 교묘하게(?) 하는 학생들과 노골적으로(?) 하는 학생들로 나뉘는데, 아직 노골적으로 한 학생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역시 곧 전세가 뒤바뀔 것이다. 시대적인 흐름과 분위기는 학교 교칙으로 막을 수 없다.

 물론 아무리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하더라도 옳지 않은 것이라면 마땅히 막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앞서 나열한 사례들은 취향의 문제일 뿐 도덕의 문제는 아니기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들여 이를 막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다. 규제를 하면 절제를 하고, 절제를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의 상관 관계 역시 입증된 바 없다.  

 교칙이 엄격해야 한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교칙의 내용에 외모 관련된 부문이 많고, 이를 중심으로 단속이 이루어지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폭행, 폭언, 기물 훼손이나 파손, 부정행위, 거짓말, 표절 등이 지금보다 엄격히 다루어져야 한다. 불성실, 무책임 등에 대한 규정도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치마길이나 양말 색깔, 교포 부착 여부 같은 것은 좀... 

 "나 때는 학교에서 자로 치마 길이를 재서 짧게 입으면 치마 뺏겼어." 우리네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그들의 자녀에게 말하겠지... 그럼 그의 자녀는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정말요? 왜요? 왜 그런 걸 규제했는데요?"  그러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치마 길이에 관심을 갖는 '진정한'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