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바보에겐 경험만이 스승이다.

사회선생 2014. 3. 27. 10:33

 

 ‘바보에겐 경험만이 스승이다.’ 늘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하는 말이다. ‘불에 데어봐야 뜨거운 것을 아는 사람은 바보다. 데어보지 않아도 관념적으로 뜨겁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는 있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만이 전부라고 믿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책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부연 설명을 한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다고 ‘인격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에게 한정된 ‘경험’의 폭을 넓혀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학생들은 책 읽기 힘든 환경이다. 하루 종일 TV를 한다. 채널은 또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손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TV를 볼 수 있다. TV가 재미없으면 인터넷을 켜면 된다. 물론 그 역시 간접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텍스트를 통해 추상화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면 사고력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TV나 인터넷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렇게 큰 지적 자극을 주지 못한다. 대부분 ‘감각적 호기심’만 충족시켜줄 뿐이다. 그래서 남학교에 있을 때에는 야동을 보는 대신 차라리 야설을 읽으라고 했는데, 그들도 더 편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두고 약간이라도 머리 써야 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 역시 요즈음 학창 생활을 했다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최근 경험을 통해서 ‘간신히’,  심지어 ‘최근에’ 터득한 일을, 혹은 지금도 진행 중인 ‘고민’을 이미 길게는 수백 년 전, 짧게는 수 십 년 전에 훌륭한 학자들은 경험하지 않고도 직관으로 알 수 있었고, 그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기 전에는 몰랐다. 나 역시 여전히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바보’ 였던 것이다. 그 만큼 세상에는 읽어볼 만한 가치 있는 책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부디 나의 학생들이 그 즐거움을 느끼고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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