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아파요.

사회선생 2014. 3. 25. 22:46

 어릴 때 병치레가 잦았다. 초등학교 때에는 결석도 많았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알레르기로 고생이 심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지만, 부모님은 아프다고 할까봐 걱정이셨나보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게 되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아프다, 아프다 하면 사람들이 측은하게 여기고 도와주려고 하지만, 계속 아프다 아프다 하면 귀찮아하고 싫어하게 된다. 그건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야. 아픈 건 가족들과 상의하고 병원에 가서 해결해라. 응석받이처럼 굴면서 사회생활하면 안 된다.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 나만 봐 달라는 사람 피곤한거야."

 그런 식의 훈육을 받으며 성장한 탓인지, 나는 학생들 중에도 엄살이 심한 응석받이 스타일의 학생을 보면 좀 피곤하다. 사실 그런 학생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세요. 나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모르진 않지만, 공감하긴 어렵다.

 대부분 그런 학생들은 아프다고 할 때 양호실에 가서 좀 쉬라고 하면 싫다고 한다. 자신이 아픈 것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양호실에 가서 누워있으면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아픈 시점이 규칙성을 보인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혹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 아프다. 물론 엄살이 아니라 정말 스트레스로 인해서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대부분은 애정결핍,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별 일도 아닌 일에 징징거리고, 아프다고 수시로 내려오는 학생들이 다행히 올해에는 없다. "얘들아, 선생님은 엄살쟁이 응석받이 싫어한다." 

 혹시 진짜 아픈데 내가 첫 날 한 말 때문에 참고 있는건 아니겠지.... 문득 걱정된다. "저런, 많이 아프구나. 얼마나 아플까? 선생님도 마음이 아프구나. 너는 몸이 약해서 정말 걱정이야... 어떻게 해 줄까? 양호실 갈래? 조퇴할래? 그냥 교실에 엎드려 있을래? 그래 너만 이번 과제에서 빼 줄게." 정말 유능한 교사라면 엄살인 줄 알면서도 다정다감하게 과장하며 공감해 주고, 응석을  받아 주면 되는데 - 그 학생의 기대대로 - 그게 잘 안 된다. 유능하고 노련한 교사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