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학생 면담 후기

사회선생 2014. 3. 21. 01:06

 학생과 면담을 할 때 늘 두 가지가 고민된다. 첫째, 학생의 가정 배경과 관련된 사생활을 담임교사로서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학생들은 담임 교사에게 가정사를 낱낱이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누군들 아버지는 실직 상태이고, 어머니는 가출 상태인 것을 밝히고 싶겠는가? 나 역시 - 타인의 사생활을 아는 것은 정말 부담스럽다. - 알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가능한 한 부모의 직업 등에 관련된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싶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담임 추천서를 쓰려면 가정의 사연을 구구절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면담 중 학생이 경제 사정이 안 좋다며 장학금을 받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안 좋은지 조금 구체적으로 말을 해 보라고 했더니 자세히는 모른단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돌려 물었더니 잘 모른단다. 이것은 말하기 싫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내가 너의 상황을 더 알아야 한다며 말하기가 곤란하면 내일 써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학생만큼 나도 괴롭다. 

 둘째,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들어야 할 말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지 혼란스러울 때이다. 예를 들어 성적과 희망 대학의 괴리가 너무 클 때, 노력하면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은지, 실현 가능한 대학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그에 맞춰서 공부하라고 지도하는 게 나은지 혼란스럽다. 대부분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데, 여학생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우는 학생들이 많다. (오늘도 세 명이나 울고 갔다. 전자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해 놓으면 수시 모집을 할 때 지나치게 상향 지원을 해서 결국 대학 입학에 실패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력해서 정시 간다고 한 후 상향지원하지만 정시에서 성공한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래저래 담임으로서의 학생 면담은 쉽지 않다. 마음을 보듬어 주는 전문상담가의 역할과 날카로운 입시 전문가로서의 역할, 가정 생활을 살펴 지원해 주는 사회복지사의 역할까지... 서로 상충되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임으로서의 역할은 정말 한도 끝도 없는, 잘 해야 본전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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