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질문에 답하라

사회선생 2014. 3. 19. 21:48

사회 수업은 현상의 분석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시켜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늘 수업 시간에 수 많은 질문으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자극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절대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만을 한다. (암기력에 의존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단, 생각해야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이나 생각없이도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오늘은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에 대한 수업. 칠판에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라고 써 놓고 늘 그렇듯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보통 한 서 너 줄은 질문을 반드시 받게 된다. "자, 자네부터 일어나 봐. 김수현과 유아인이 너를 사랑한다면서 쫓아다녀. 둘 다 네 맘에 들 만큼 완벽해. (현실 불가능하겠지만 우리 그런 꿈이라도 꾸자.) 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고, 너는 너를 더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하고 싶어. 어떻게 해야 너를 더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까?"  

 그러면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서 답변을 도출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게 하면 된다. '어떻게 해야 사랑의 정도를 알 수 있을까? 과연 사랑을 양적으로 측량할 수 있을까?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만이 사랑인가? 보이지 않는 사랑도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정도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다면 이미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의 기본 특성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그럼 다음 질문을 한다. "엄마와 이웃집 아줌마 중 누가 너를 더 사랑해?" 아이들은 웃는다. 그리고 쉽게 답한다. "엄마요." " 어떻게 알지?" " 엄마는 이것도 해 주고, 저것도 해 주고... " " 좋아, 그러면 행동을 통해 사랑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건가?" "(긴가민가하면서) 네"

 "그럼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너를 사랑해?"  살짝 당황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더 내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기 때문에 엄마다, 아빠가 더 관대하기때문에 아빠다, 잘 모르겠다 등등. 그러면 그에 맞게 다음 질문을 하면 된다. 잘 모르겠다는 아이에게는 "행동을 통해 사량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고 했잖아?"  "아빠가 무뚝뚝해도 아빠도 사랑하는 마음은 엄마만큼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알아?" ".... 필(feel)?"  

 그 정도 되면 '완벽하게'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가 가지는 한계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이 정도 해 놓고 교과의 내용을 정리해 주면 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이해한다. 사회 교과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이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이론과 현실을 적절한 사례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수업 내용이 나와 괴리된 것일 때 학생들은 흥미를 잃는다. 하지만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로 느껴지면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이다. 

 오늘 수업의 마무리는 결국 양적 연구나 질적 연구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런 결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 이해시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난 답변할 수 있는 질문만 해. 꼭 질문에 답변해 줘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어. 헛소리라도 좋으니 꼭 답을 할 것.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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