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입시 설명회가 다음 주 수요일에 있다. 학급별로 참석 인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조사해 달란다. 어쨌든 학교 입장에서는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행사를 마치고 싶으니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학급별로 참석 예정 인원이 적은 반은 10명, 많은 반은 20명 정도 참석하는데, 그 참석 예정 인원의 차이는 거의 학급별 상위권 학생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많은 학급은 그 만큼 부모들의 관심이 많지만 - 인과 관계는 정확히 모르겠다. 부모의 관심이 학생의 성적을 높게 만든 것인지, 학생의 성적이 높기 때문에 부모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는 - 성적이 높은 학생이 별로 없는 학급은 참여율 역시 매우 낮다. (그런데 가끔 학교에서는 이를 담임의 관심도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
우리 반의 경우 작년에는 학부모 입시 설명회에 참석하겠다는 학부모가 20명 정도로 매우 많았다. 그런데 올해에는 10명이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참여 인원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변수는 성적이다.
첫 날, 학생 실태를 파악하면서 두 가지 특징을 파악했는데, 예체능이 많다는 점과 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이 없다는 점이었다. 예체능도 기악이나 성악이 아니라 실용 음악, 힙합 댄스를 하겠다는 학생들이다. 미술도 디자인이나 회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게임 케릭터 개발하는 학과에 가겠다는 학생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입시 설명회에 올 필요가 사실 없다.) 게다가 상위권 학생의 수도 매우 적다. 내신 성적이 2등급대이지만, 3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는 과목이 하나도 없을 뿐더러 어떤 학생은 수학이 6등급이다. 3월 모의고사는 비교적 쉬운 편인데 성적이 이렇게 낮으면 사실 좋은 입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학부모들이 오면 듣고 싶어하는 말보다 알아야 할 사실을 이야기해 주고, 어떻게 공부시키라고 구체적인 조언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벌써 걱정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좋은 엄마, 아빠 되는 것이래요. 정답도 없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죠.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자식이 기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이제 고3이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정은 정서적 지지를 해 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학생과 면담하며 이야기해 줄테니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펴 주십시오." 정도로 시작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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