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렇게 황망하고 억울한 일이 있을까? 힘든 고3 시절을 끝내고 대학에 합격하여 기쁜 마음으로 "엄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다녀올게요.' 들떠서 나간 학생이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한 두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의 부산외대 학생이...... 고3 생활이 어떤지 늘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아왔던 교사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우리반에도 부산외대 아랍어과에 간절히 진학하기를 원했던 학생이 있었다. 정말 착하고 성실한, 그래서 딸 가진 몇몇 선생님들이 아들 있으면 며느리 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괜찮은 학생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산외대 아랍어과 예비번호 10번을 받았다가 불합격하고 말았다. 나도, 학생도 아쉬워했다.
얘가 만약에 합격했다면 워낙 성실한 아이라 오리엔테이션에 빠졌을 리 없고, 아랍어과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거고, 건물이 무너져도 다른 사람과 함께 나오려고 도와주려고 했을거고 -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이다. - 그러다가 혹시 잘못되기라도 했다면....생각만 해도 식겁하다. 뉴스를 보다가 문자를 보냈다. 'C야, 부산외대 불합격이 난 감사하구나. 아쉬워하지 말고 합격한 대학에 열심히 다니면서 공부하거라.'
아직 인생을 시작도 못 한 우리네 학생들이 어른들의 부실한 일처리로 인해서 희생되는 일이 제발 없기를 바란다. 건물주가 불법 증개축을 했는지, 불법이 아니라 부실었다면 그런 부실 건물을 감리하고 허가 내 준 사람의 책임은 없는지, 부실 건물이 아니라고 하면 그런 하자 많은 건물을 멀쩡히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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