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수업 시수와 인간의 본능

사회선생 2014. 2. 14. 09:38

교사들에게 1년 농사 시작되기 전에 가장 중요한 시점. 무슨 과목 수업을 몇 시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때이다. 똑같은 월급 받으면서 더 많이 일 하는 건 억울하지 않겠는가? 이는 경제적 동물인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인지 시수를 정하는 자리에서는 '본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수업 시수를 운영하다 보면 2단위나 3단위로 쪼개지기 때문에 1/N로 나누기 곤란할 때가 있다. 누군가 한 두 시간 더 하는 대신 누군가는 덜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과목 역시 마찬가지다. 선호하는 과목이 비교적 고르게 나뉘어 있으면 그렇게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조금씩 싫은 과목도 걸칠 수밖에 없다. 부득이하게 특정과에서 수업 시수가 조금 넘치거나 모자라는 때가 있다. 이 때 역시 1/N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건만, '난 죽어도 20시간은 못해' '나보다 어린 사람도 15시간 하는데, 왜 내가  16시간 해야 돼?' '난 3학년 수업만 할래.' '난 경제는 못하니까 당신들이 알아서 해.'

 이렇게 자기 욕심 채우겠다는 카드를 내 밀고, 죽어도 협상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때부터는 정말 피곤해진다. 20시간 못하겠다고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과목의 동료교사에게 - 심지어 기간제니까 네가 더 하라는 식으로 - 넘기려는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건 학교 측에 따져야 할 일이지, 동료 교사를 괴롭힐 일은 아니지 않은가? 과거에 자신들이 타교과에 지원을 해 주어야 할 때에는 '전공자가 아니어서 못 가르쳐요' 이랬다가 막상 자신들이 지원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자 '그냥 상식 선에서 가르치면 되니까 부담갖지 말고 지원 좀 해 줘' 이런다.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건만 내 것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안하무인이 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좁은 세계에서조차 이해 관계를 둘러싸고 '인간의 본능'이 드러나는데, 정치판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정치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늘 정치인의 이기심을 욕하는 그들도 사실은 정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테니 말이다. 시간표때문에 싸우는 그들도  TV나 신문을 보면서 '사회 정의'를 논하고, '대화와 타협, 양보와 협상'을 강조하며 수준 미달의 정치인들을 욕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