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까지 만드는 나라가 있을까? 이것도 코메디지만 오죽하면 선행학습 금지법을 만들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는 없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먼저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너도 나도 일단 진도 먼저 빼자고 덤벼들고 있고, 그 기현상을 황당한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드물지만 선행학습을 필요로 하는 영재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은 필요치 않다. 먼저 아는 것과 잘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먼저 안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잠깐 동안, 아주 잠깐 동안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런 지식은 금방 밑천을 드러내며, 이후 학습의 토대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학습도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며, 단계와 과정을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비로소 온전히 학생의 지식 체계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한글을 아무리 잘 읽고 쓴다고 해도 동화책을 읽혀야지, 동화책은 시시하다며 고전을 읽힌다고 해서 그 초등학생이 영재가 되겠는가? 스케이트 점프하는 기술을 배우는데 싱글 토룹 점프 하는 방법을 조금 할 줄 아니 이제 트리플 액셀 점프 배우면 된다고 빨리 가르쳐 달라고 한들 김연아가 되겠는가? '나 트리플 액셀 점프 하는 방법 배웠어. 할 줄 알아' 정도는 될 수 있다. 하지만 '나 스케이트 잘 타'는 아니다.
먼저 아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을 하나라도 온전히 알 때, 그 안에서 지식의 원리를 터득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후 학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연수의 사칙연산 잘 하는 초등학생에게 흥미로운 사칙연산 문제를 열심히 풀게하고, 다음 학년에서 분수식과 소수식을 배우게 하면 된다. 굳이 먼저 분수식과 소수식을 학습하게 할 필요 없다. 사칙연산에서 흥미를 느끼며 자신감을 가진 학생이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아도 수학을 잘 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업 첫 날, 첫 시간의 당부 (0) | 2014.03.09 |
---|---|
부산외대 사고를 보고... (0) | 2014.02.20 |
수업 시수와 인간의 본능 (0) | 2014.02.14 |
2월에는 행사만 하는걸로~! (0) | 2014.02.10 |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0) | 2014.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