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수업 첫 날, 첫 시간의 당부

사회선생 2014. 3. 9. 23:59

첫 날, 첫 수업 시간에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사회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와 사회 공부를 하는 방법, 그리고 수업 시간에 지켜야 할 예절이 그것이다. 여학교에 와서는 여학생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까지 몇 가지가 더해졌다.

 학생들이 사회 수업을 재미없어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이론적인 내용과 설명 탓에 의미없이 외워야 하는 과목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없이 기계적으로 외워야 하는 공부가 얼마나 지겹고 재미없을까? 그래서 사회 공부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말한다. '우리가 축구의 룰을 알아야 축구 경기가 재밌잖니? 사회를 보는 눈이 생기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되고 대응할 수 있지... 왜 너희들이 꽃미남을 좋아하는지, 왜 너희들이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지, 왜 너희들이 아이돌에 빠지는지? 그 이유 설명할 수 있어? 응, 사회 공부를 열심히 하면 답변할 수 있게 되지. 또 문제 해결 능력이 좋아져.' 

 또 사회 공부를 잘 하고 싶다면, 늘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게 귀찮고 싫으면 내가 재밌게 해 줄테니 그냥 수업 시간에만이라도 잘 따라오라고 말한다. 수능 시험을 잘 보고 싶다면 문제 풀이 연습을 하고, 논술을 잘 하고 싶다면 내가 주는 탐구 과제들을 주제와 요점과 사례 정도만이라도 연결시키는 훈련을 해 보라고...    

 그리고 서로 예의를 지켜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역시 너희들을 존중하며, 진지하게 건의하는 것은 수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너희의 성적은 인격과 상관없지만, 너희의 말과 행동은 인격 그 자체이며, 나는 인격으로 사람을 평가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여학교에 와서 여학생들에게 꼭 덧붙이는 말. 강해지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그 안에서만 관계를 형성하며 지내는 여학생 문화는 아무리 봐도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남성들보다 약한 위치였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라는 주장이 있다.) 교무실도 친구와 내려와야 하고, 화장실도 친구와 손 붙잡고 가고, 밥도 단짝 친구가 없으면 굶는 여학생 문화는 아무리 봐도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배려하면서 지내. 하지만 친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려고 하지 마. 편협해 질 수 있고, 의존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희가 마음을 열면 친한 친구는 생기니까 걱정하지 마.' 

모쪼록 올 해에도 학생들과 좋은 수업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다. '얘들아, 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 해. 그리고 대답을 해 주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그러니까 엉뚱한 말이든, 기발한 말이든 상관없으니 꼭 대답은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