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본 적이 있다. 로드킬 당한 삵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지 못하는 '인간중심적인' 사회가 동물에게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횡포라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 늘 사실적인 것은 아프지만 성찰하게 한다. - 그려낸 영화였다. 그 이후 삵을 보면 육식동물로서의 위엄이 아닌 무력감이 보이는 것 같아 서글퍼졌다. 삵이 삵다운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진 우리 사회이다. 심지어 곧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있다니... 언제까지 얘들이 지구에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 과연 인간의 규범(도덕과 같은 윤리 의식, 혹은 법과 같은 제도)으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 가능할까?
오늘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삵이 위치추적기를 달고 방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후 펼쳐질 삵의 삶이 부디 인간만을 위한 일이 아니기를 바래본다. 삵이 삵답게 살기를 기원하며. 삵이 삵답게 사는 것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과 다른 차원이 아닌 것을 깨닫는 날이 오기를 또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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