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분장과 담임 배정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담임과 업무분장에 대한 제언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진지하게 비담임을 희망한 적은 있지만, 업무분장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무슨 업무를 희망한다고 써 본 적이 없다. 관심이 없었다. 학교 일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했고, 아직은 편한 일 시켜 달라고 할 만한 군번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기필코 현재의 업무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간절한 생각에 업무분장표를 열심이 들여다보게 됐다.
관심을 가지고 보니 업무의 경중이 보인다. 가벼워 보이는 일을 힘들게 골라 1,2,3지망까지 꽉꽉 채워 쓰면서 '올해에는 제발...' 그랬다. 그런데 나만 그럴까? 다들 마찬가지일텐데... 그런 일들이 내게 떨어지라는 법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제언서를 써서 제출했다. 내년에는 연구수업도 해야 한단다. 사회과의 순서대로 돌아가면 내 순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해야지요 뭐.' 그랬는데 이것도 영 개운치가 않다. 정말 순서대로가 맞을까? 몇몇 인물들이 머리를 스치며 그들은 안 했는데... 이거 제대로 된 순서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
업무 분장이나 담임, 그리고 연구 수업과 같은 것은 매우 큰 부담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불평, 불만이 생기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이 그렇듯 유능한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무능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편해진다. 이런 이유때문에 성과급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사실 성과급은 유인책이 될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젊은 기간제 선생님들이 성과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헛소문이기를 바라지만 오늘 한 후배가 오더니 55세부터 원로 교사로 대우하여, 자율학습, 동아리, 담임 등에서 모두 빼 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선배 교사를 대접해야 한다고 누군가 건의하였고, 교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것처럼 이야기 하였단다. 그저 아직까지는 소문이지만, 조금 걱정된다.
아, 벌써 소문이 무성해 지는 계절이 돌아왔구나 싶다. '내가 가장 정확한 정보원이야, 나는 모든 걸 알고 있어' 이러면서 슬쩍 슬쩍 정보를 흘리며,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탄하며 재미있는 들어주면 되고, 동료들과 앉기만 하면 '인사 이동 놀이와 담임 배정 놀이'를 할 때이다. 걱정스러운 일들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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