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대학은 무조건 서울로 갈래요.

사회선생 2013. 12. 13. 08:44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 생물학적으로는 확실히 달걀이 먼저라고 하지만 어쨌든 -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은 서울로!'를 외치면서 지방 국립대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왜, 전국의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길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지방 국립대가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 건지, 취업에서 지방 국립대를 배제하면서 지방 국립대가 죽어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지 원인과 결과를 잘 모르겠다. 

 서울의 학교에서 근무를 하는 나로서는 학생들이 무조건 서울권, 통학 가능한 거리의 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방의 학생들도 무조건 서울권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 호남 지방에서 근무하는 지인 교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지방 국립대는 괜찮지 않아요? 예전에는 서울 SKY에 오지 못할 바에는 지방 국립대에 가겠다고 해서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들보다 지방 국립대가 훨씬 수준이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란다. 지방국립대든 뭐든 지방대는 그 지역 학생들조차 외면하고 있단다.

 그제서야 학생들 입시 지도를 하면서도 늘 의아했던, 왜 과거에는 별로 경쟁력이 없었던 서울의 하위권 대학들이 급부상했는지 알게 됐다.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니 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게 되었고, 재정도 더 튼튼해졌고, 결과적으로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에 반해 같은 원리로 지방 국립대는 점차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 대학같지 않은 대학들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들이 대학 입시에 목숨 거니 대학 설립을 무분별하게 허가해 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만 - 구조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방 국립대와 지방 명문대를 육성하는 정책은 꼭 필요하다. 왜 지방 공무원을 뽑을 때 지방 대학 출신들을 우선 선발하지 않을까?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인재를 할당해서 뽑아주는 등의 뭔가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지방 국립대를 살리는 것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학다운 대학은 살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