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아프가니스탄 난민 입국과 관련하여 브리핑을 했다. 법무부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인권 선진국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조직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인권은 그들을 정치적으로 포장하기 위한 장식이었을 뿐 그들은 뼛속까지 권력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조직이었을 뿐, 인권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무릎꿇고 우산을 받치고 있는 직원을 뒤에 두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차관도 몰랐을 리 없지만 몰랐다고 치자. 그럼 거기에 있던 그 많은 법무부 직원들은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 차관님이 화면에 잘 나오고 있을까만 생각했다면 그것 자체가 인권은 안중에도 없는거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이미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의 특성을 잘 알고 알아서 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빗속의 브리핑이었으니 누군가 우산을 받쳐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십분 이해한다. 기자가 화면에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했던 말도 이해한다. 그 때 누군가 우산 든 직원의 손을 끌어내리며 낮추라고 했고, 그 직원은 어쩔 줄 모르다가 결국 뒤에 가서 빗속에 무릎 꿇고 '차관님 안 젖으시게' 우산을 받쳐들고 있었다. 그 때, 그 부하 직원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일어서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난 그게 참 끔찍하게 싫다.
그리고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그들은 기자들이 안 보이게 치워달라고 해서 거기에 부응하려다가 그리 된 것이라고 기자 탓을 한다. 거기까지 살피지 못한 자신들의 탓은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기자 말을 그리 잘 들었을까? 하긴 쇼를 하고 싶으니 이쁘게 잘 찍어줄 기자들 말을 잘 들어주고 싶었겠지. 그 모습은 권위적이고, 경직된 법무부 조직 문화를 보여주었다.
법무부 장관은 또 어떤가? 아프간 난민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합동기자단은 아프간 난민을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단다. 그러자 장관측은 그럼 공항에서의 취재를 불허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내가 허락해 준건데 나를 안 찍어? 장관은 상관없는 일이었다고 하겠지만, 조직원들은 다 누울 자릴 보고 다릴 뻗는다. 장관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기 때문에 알아서 기었을 가능성이 높단 뜻이다. 그렇게라도 목적 달성하지 않으면 문책 당할까봐 그런 강압적인 고자세를 취하며 기자들을 협박하지 않았을까?
두 사건을 종합해 볼 때, 법무부는 매우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 뿐이겠냐고? 인권, 사람 운운하면서 뒷통수 치니까 그게 문제다. 요즘은 군대도 그렇게 안 한다는데... 재밌는건 그런 모습에 대한 논평이 여당에서는 참 관대하다 사실. 하긴 추미애는 '감히 장관 말을 안 들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했고, 이용구는 택시 기사 폭행하고 이를 무마하려고 뒷작업을 했다니 뭐 법무부 전통으로 쭉 이어나갈 생각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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