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명목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능력주의, 업적주의를 중시하는 사회 체제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해는 된다. 어느 직종이나 주어진 업무를 기대 이상으로 훌륭히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직종 간에도 다르고, 동일 직종 안에서도 업무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 비현실적이거나 아예 불가능할 수 있다. 교원평가제가 그렇다.
좋은 평가는 타당성, 신뢰성, 공정성이 실현되어야 한다. 타당성이란 목적한 바를 충실하게 수행했을 때에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목적 설정이 분명해야 하는데, 교원 평가는 여기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학교의 목적이 무엇인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를 명료화하여 타당도 높은 평가 도구를 개별 학교 차원에서 만들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학교에서는 각 학교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낸다.
어느 학교에서는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 반의 담임에게 성과급 점수를 더 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타당성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담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울대 갈 만한 아이들은 담임 능력과 무관하다. 뭐든지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담임의 능력은 학교에 부적응 하는 학생들을 통해서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정량 평가로 점수화해도 타당도나 신뢰도는 매우 낮으며, 공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다수의 교사들이 성과급을 인정하기 힘든 것이다.
이는 조금 과장하면, 교사가 해당 교과의 학업 성취 기준을 제대로 몰라서 엉뚱한 것만 묻는 시험 문제를 출제한 뒤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선다형 시험이고, 점수 나온 대로 준 것이라 공정하다고 정당화하는 것과 같다. 이게 공정한가?
대안은 두 가지이다. 첫째, 교원성과급을 전면 폐지하고 성과급을 다시 상여금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원래 상여금을 빼서 성과급으로 책정한 것이며, 성과급은 교원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성과급을 담임 교사들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이다. 담임 교사들은 - 정신적 스트레는 차치하더라도 - 행정 업무의 절대량이 비담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성과급을 담임에게 우선 지급하는 것은 현재의 비현실적인 담임 수당을 보전하며, 동시에 학교의 주 업무가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성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재량권이 줄어들어서 별로 달갑지 않은 교장 선생님들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부장들이 힘들다며, 자신들 S 등급 안 주면 부장 안 한다고 한다.” “엉터리 담임들도 많은데 담임이라는 이유로 S등급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담임들이 항의한다.” 그럼 교장 선생님이 단호하게 말씀해 보시라. “그럼 당신이 담임하면서 성과급 받으세요.” 단언하는데, 그렇게 말해도 절대로 담임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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