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어느 시의원의 사회적 가치 교육

사회선생 2020. 12. 8. 08:59

출근하자마자 교감님이 내 책상 위에 보고 공문 하나를 올려 두었다. 어느 시의원이 최근 3년 간 시행한 '사회적 가치 교육'의 내용과 횟수를 적어서 내라고 했나보다. 사회적 가치 교육? 사회적 가치 교육이라는 개념이 성취 기준에 있었나 다시 찾아보았다. 오래 전 뱅크스와 허스트의 합리적 의사 결정 모형에서 가치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때 가치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고, 이 때에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던 적은 있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 교육이라니 이건 무슨 말이지? (쉽게 일하는고 싶어하는건 알겠는데, 그럼 제대로라도 하든지, 선행 학습(?)도 안 된 사람이 무슨 공적을 세우고 싶어서 이럴까? 부동산 시장 교육도 안 된 사람이 부동산 정책 세우다 나라 말아 먹은 것처럼...내가 너무 냉소적인가?)   

사회과의 모든 과목은 사회적 가치를 가르친다. 넓게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도 사회적 가치이고, 좁게는 상호 존중, 관용, 배려, 양보, 타협 등도 사회적 가치이다. 그리고 모든 사회과 교육은 이의 함양 및 신장을 도모한다. 그런데 사회과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가치 교육 내용을 적어서 내라니 이건 마치 민주주의 교육에서 가르치는 민주주의 내용을 적으라는 것 만큼이나 어이없고 황당하다. 

그래서 공문의 예시를 찬찬히 살펴 봤더니 '공정무역, 사회적 기업, 학교 협동 조합'이 있다. 공정무역의 경우에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이 시의원은 공공성의 실현을 위한 경제 공동체 설립 교육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공문의 취지(?)를 나름대로 해석한 나는 교감님에게 경제 담당 교사에게 넘겨주시면 될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해 봤다. 이 시의원은 왜 이 조사를 하고 싶어할까? 이 조사를 하고 싶었다면 뭐라고 해야 조사하기 쉽고 유용했을까? 국회에서 시의회에서 구의회에서 공문 내려보내서 조사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정책을 위한 사전 조사는 필요할 수 있지만 그런 사전 조사에 앞서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조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지, 이런 주먹구구식의 조사는 해 봤자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