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교사인 - 결코 관리자의 기준이 아닌 - 내가 봐도 저 사람은 아니다 싶은 교사가 있다. 조직 내 구성원들은 알지만 외부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있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들에게 막말을 일삼는다든지, 수업을 모노드라마로 안다든지, 자신의 교과목에 대해 똘똘한 학생 수준만큼이라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든지, 업무를 맡기면 늘 펑크가 난다든지, 출퇴근 시간 따위는 엿바꿔 먹고 자유롭게 출퇴근한다든지... 전문성 혹은 기본적인 직업 윤리 의식에 함량 미달이 있다. 학생들도 안다. 학생들이 특정 교사를 '월급루팡'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듣고 깜짝 놀랐다.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받아가는 교사에게 붙여준 별명이란다.
그런데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만일 외부에서 '교사들은 모두 월급도둑이다. 월급받고 제대로 하는게 뭐냐? 교사 개혁해야 한다, 저 사람을 봐라. 수업은 자습, 그 조차도 12시간에 매일 학교에 나와서 하는 일이라곤 인터넷 쇼핑 혹은 게임 아니면 운동이나 하다 들어간다. 왜 저런 사람에게 우리가 세금으로 월급 주어야 하냐?'고 하며 압박하면 대부분의 평범한 교사들은 이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여론은 그 평범한 교사들의 행동을 집단 이기주의나 제 식구 감싸기로 몰아가겠지만, 평범한 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소수 몇몇의 교사 문제를 교사 전체의 문제로 전환시켜 교사라는 직업의 안정성을 깨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요즈음의 검찰 개혁 분위기도 좀 비슷한거 같다. 많은 검사들이 검찰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정권에 항의하며 윤석렬 총장을 옹호하고 있다. 정부와 여론에서는 조폭 의리이며 집단 이기주의이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면서 여론몰이를 하려고 한다. 물론 그 간의 검찰의 행태는 문제가 많다. 과오를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지금 정부의 통치에 순응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가 참 힘들다.
윤석렬이 박근혜를 공격할 때는 정의로운 검사라며 추켜세워 검찰 총장으로 임명하더니 조국을 공격하니 정치 검찰이며 적폐이며 안하무인이라면서 칼을 빼앗으려 한다. 그 칼을 내게는 쓰면 안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검찰의 조직적 문제 없지 않다.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가 하려는 검찰 개혁은 검찰 길들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모두 안다. 전자와 후자 중 뭐가 더 문제냐고? 후자가 더 문제다. 그럼 완벽한 독재가 되어서 검찰마저 정권의 하수인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힘없는 사람들의 마을에서는 양은이파 하나가 득세하는 것보다 힘이 엇비슷한 갈치파도 하나 더 있어서 두 조직이 경합을 벌이는 편이 낫다. 그럼 힘의 균형이라도 이루며 지들끼리 견제하느라 사람들 덜 괴롭힐 수도 있고, 심지어 세를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잘 해 주려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런데 양은이파 하나만 있으면? 죽어난다. 난 왜 자꾸 정부가 양은이파가 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