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잘 나가는 친구가 있다. 좋은 머리로 자신의 직업 세계에서도 많은 연구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하여 공부하기 시작한 음악이나 미술도 조예가 깊어 취미 생활(?)로 SNS로 음악 이야기도 하고, 유튜브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 지식도 나눠 주며 산 지 몇 년 됐나보다. 스스로 중독됐다고 할 만큼 다방면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고 있었다. 유튜브를 하는 것도 돈을 벌려는 목적은 없어 보였다. 이미 돈과 명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은 전문직으로 벌고, 명예는 그 직업을 통한 업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제법 인기도 있었는데, 그건 그의 사람을 가리지 않는 소통 능력 때문이었고, 나 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은 그 친구와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재밌어했다. 가끔 그 비상한 머리로 촌철살인의 질문을 하면 학구열을 불러오기도 했고...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음악 방송(?)과 유튜브를 접었다. 매일 소식을 전하던 애가 어느 순간 시벨리우스에서 멈췄다. 처음엔 며칠 어디 여행이라도 갔나, 무슨 일이 있나 그랬다. 바빠서 좀 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의 조직에서 권력을 가질 준비를 하던 것이었다.
기업이든 학교든 심지어 작은 동호회 모임에서조차도 모든 권력은 정치의 속성이 있고, 그 정치의 속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해 관계의 충돌에 매우 예민하다. 대표가 되기 위해 수순을 밟던 그에게 선배가 너 대표가 되려면 SNS 끊으라고 했나보다. 공연히 네 속내를 드러내서 구설수에 오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리라...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이 없어야했고, 적을 만들지 않으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네 속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혹여 네가 한 어떤 말이 너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렸나보다. 친구는 귀찮기도 하고, 자신도 대표가 될 준비를 해야 해서 그 선배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안 하다보니 편해져서 이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솔직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 말이 맞을거다.
생각해보니 정치적 야심같은건 하나도 없어보이는 교수 친구도 자기는 절대로 블로그같은거 안 한다고, 댓글 다는 것도 안 한다고 했다. 그 친구는 책 잡힐까봐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혹시라도 나중에 승진하는 데에 지장있을까봐라는 말로 들렸다.
하긴 괴벨스 말인지 누구 말인지 잘 모르지만 한 문장만 줘도 그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사회이다. 앞뒤 맥락 빼면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심지어 SNS에 근거가 남아있다면 정적(?)들에게 너무 좋은 먹잇감이다. 권력 욕심이 없어서 시민으로 살면 아무도 나의 정치적 성향에 관심이 없지만 내가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순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쟤가 누구 편인지 확실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편이 아니라는 판단이 되면 그가 쓴 모든 글은 검열의 대상이 되고, 왜곡 확대 재생산되어 본의와 다르게 확산된다.
그런데 문득 그런 현실이 슬펐다. 소위 지식인이라고 할 만한 잘난 친구들이 입 꼭 다물고 있는 것은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지려면 소신이 있는 것보다 없는게 낫단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맞춤형 소신'을 갖는게 낫단다. 소위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찰개혁? 검찰개악! (0) | 2020.11.06 |
---|---|
박지선... (0) | 2020.11.04 |
당신을 지지해요, 무조건! (0) | 2020.11.03 |
뉴스를 보면서... (0) | 2020.10.15 |
부동산 정책을 보며 (0) | 2020.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