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부동산 정책을 보며

사회선생 2020. 10. 13. 10:02

정부가 손을 안 댔으면 오르는 곳만 오르다가 끝났을거다. 그런데 정부가 임대차보호법이다 뭐다 누더기처럼 즉흥적으로 손을 대는 순간 오르는 지역이 더 많아졌다. 매매가만 오르는게 아니다. 전세는 씨가 말라서 부르는게 값이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도 매우 빨라졌다. 금리가 낮아졌다고 해도 이렇게 전환 속도가 빨라질 일이 아니었다. 집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시장에 적응하는 시간을 정부는 빼앗아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기능과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데 정부는 자신들이 부동산 시장을 완벽하게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문제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능한데 유능하다고 믿고 있는 정부가 가장 위험하다.  

팬심에 힘입어 연예인 놀이에 심취해 있는 정권은 감정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대응했다. 집 없는 사람들의 서러움을 풀어준답시고 강남의 고가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임대업자들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적폐로 보고 그들에게 징벌적 조세로 응징하기 시작한거다. 정교하게 투기 세력을 선별하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다. 전문성도 없다. 그냥 비싼 집에 못 살게 하고, 임대사업이라는 걸 없애자는 게 목표처럼 보였다. 그럼 집값은 잡지 못해도 집 없는 사람들의 한은 풀어줄거라고 믿었나보다. (그래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면 이건 완전 멍청인데...)

하지만 지금 역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는 씨가 마르고 있고, 그나마 우리나라의 좋은 임대 제도였던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집은 여전히 사기 어려운데 전세나 월세로 살던 사람들마저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부동산 시장은 먹이사슬처럼 연결돼 있어서 하나의 종을 잡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걸 정부가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

죽어도 강남에서 살아야  한다며 20억짜리 전셋집에 살든 말든, 24평짜리 아파트를 30억에 사고 팔든 말든 그들만의 리그에 정부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공산주의를 표방한 독재 국가에서도, 북유럽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그들만의 리그 특히, 그들만의 주거지는 막지 못했다. 정부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소득세, 양도세, 상속세나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걷으면 된다.   

그리고 정말 집없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질 좋은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면 된다. 왜 정부는 강남의 한전 자리, 용산의 미군기지 자리에 임대 아파트를 안 짓는고 땅 장사 하는가? 위치 좋은 곳은 팔아서 돈 벌려고 하고, 전원주택이나 지을 법한 자리에 임대 아파트 지으면 거기에서 누가 어떻게 산단 말인가? 정부는 인기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삶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제발.

 

p.s. 전세는 우리나라의 금리가 높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시절 자연스럽게 형성된 임대 제도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어서 전세라는 말을 번역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가 낮아져서 전세는 시장 원리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1%인 시대이다. 전세로 집을 사서 세를 줘 봤자 재산세 내고 유지비 내고 거기에 종부세까지 내라고 하면 남는게 없다. 부동산 가격도 예전처럼 폭등하는 시대가 아니다. 누가 전세를 위해 주택을 사서 임대를 하겠는가? 레버리지를 투기수준으로 올리는 갭투자를 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집값이 상승하지 않으면 존재 할 수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놔 두는 편이 나았다. 그럼 적어도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예측하며 적응하는 것이 가능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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