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조국 유감

사회선생 2020. 11. 27. 12:17

한 정치가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노예제도에 반대한다며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집에 있는 노예를 해방시켜 줄 생각이 있는건 아니다. 우리 집에 있는 노예니까 일 시키는건 위법도 아닐 뿐더러 노예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노예 제도로서의 노예와 우리 집의 노예는 다르다. 전자는 정치고 후자는 나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노예를 부리다 보면 때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팔아먹기도 하지만 관습적이고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위법과 적법의 경계 조차 알지 못한다.

나는 조국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노예 대신에 경제적 불평등 정도로 가면 될 듯 하다. 경제적 불평등에 반대하지만, 나는 내 돈을 최대한 이용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모두 누리겠다, 그리고 나의 자녀에게 부와 명예를 모두 물려주기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인들에게 청탁도 하고, 상장도 위조하고, 사모펀드에 뭐 별 짓 다 했지만, 그 정도 지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구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위법과 적법의 경계 조차 모른다. 심지어 적반하장이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위법도 아닌데 위법이라고 하는 검찰, 너희가 문제야. 이 참에 아주 가만두지 않겠어. 너희들 손 좀 봐 줄게.'  

그런데도 참 신기한건 '조국님 만세'를 외치는 무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미 SNS계의 연예인으로 등극한지 오래라 고정팬들이 확고하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서울대 법대 교수에, 타고난 금수저에, 귀티 나는 외모에, 적당한 중저음의 말투에... 뉴미디어 시대의 스타가 되기 위한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냥 SNS 스타로 있었으면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 추앙받으며 잘 살았을텐데 정치판에 들어가는 순간 밑바닥이 다 드러나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국님이 그럴리 없어. 다 기레기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야.' 대통령을 비롯 많은 정치인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긴 하다. 아마 그들도 조국과 비슷하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나는 노예제도가 나쁘다는건 알잖아. 그래서 쟤들보단 나아. 그러니까 자꾸 나보고 뭐라고 하지 마. 쟤들은 노예 제도가 나쁜 줄도 모르는 뻔뻔한 놈들이라고." 나쁜 줄 모르고 쓰는 놈과 나쁜 줄 알면서도 쓰는 놈 중 누가 더 나쁜 놈일까? 정치판이 개콘같아서 개콘이 없어졌다는 말이 자꾸 사실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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