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표가 나왔다. 정시로 대학 보낼 생각을 하니 우울해진다. 내신으로는 해 볼만하다는 생각에 수시에 응시한 학생들이 제법 있지만, 수능 최저 조건이 또 가로막는다. 수시에서조차 떨어져버리면 정말 길이 없는데, 최저 등급 조건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때문에 고3 담임 교사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 한숨 소리는 며칠 전 동창들을 만나서 들었던 한숨 소리와 오버랩이 되었다. 영재 소리 듣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친구는 과학고를 목표로 주말마다 영재학교 다니느라 힘들어 죽겠다고 한숨 짓지, 평범한 중학생 딸, 아들을 둔 친구는 자율고를 보내야 하나, 일반고를 보내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지, 외고에 다니는 딸을 둔 친구는 미국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야 하는지 어떤지를 두고 또 심각하게 고민한다. 공부 못하는 중학생 아들을 둔 친구는 자기가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해서 공부를 못하는 것 같다고 자책하며 한숨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모의 계층과 학력 수준, 그리고 자녀의 학업 성적 불문,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은 학교와 학원 선택부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각종 프로그램까지 고민하고 선택해 주어야 하는 힘겨운 고민을 하고 있다. 불필요한 선택과 경쟁은 기대만큼의 효율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부모와 학생을 모두 힘들게 하고 있다. 소득 수준과 학력 수준이 높은 학부모조차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학부모들은 오죽할까?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 부모의 고민은 대부분 하나로 귀결됐다. "우리 애가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플러스 백만 가지다.
우리는 어느 중학교를,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고등학교 때에도 전문 컨설팅 따위의 도움 없이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학원 금지 정책 덕분(?)에 학교에서만 공부해야 했다. 부모가 좋은 중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8학군 찾아 이사다니지 않았고, 좋은 학원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기사 노릇 하지 않아도 됐고 - 물론 그 당시에는 자가용 있는 집도 거의 없었지만 - 중학교에서 알파벳부터 시작해도, 부모 정보력 없이도 좋은 대학 간 친구들 많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학생과 학부모 편하게 해 주면서 학력 수준 높여주는 방법은 고교평준화, 고교의무교육이 답인것 같은데... 사립초등학교처럼 사립고등학교 허용해 주며 선택의 자유 누리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고 하고-! 다양성이란 평등이 전제될 때 실현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말 현재 수월성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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