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효율적이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대규모 시험을 획일적으로 국가에서 관리하려다 보니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비행기 뜨고 내리는 시간까지 맞춰줘야 하고,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이 조정되고, 버스 배차 시간과 택시 운행 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 전세계 어느 나라에 존재할까?) 출제 과정까지 살펴보면 그 비효율성은 극에 달한다. 조금 과장해서 직업탐구는 수험생 수보다 출제자와 검토자 수가 더 많다.
둘째, 적절성과 타당성, 변별성의 문제를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다. 개정교육과정이라고 해도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약간 변화된 것에 불과하다. 한정된 교과의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과의 내용 요소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서 적절성, 타당성, 신뢰성, 변별성까지 갖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 중요한 내용 요소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소재의 다양성으로 문제를 출제하긴 하지만, 유형이 정형화되어 버렸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문제 풀이 요령을 터득하게 되면서 이제 변별을 하려면 출제자는 또 다른 요령(?)을 부려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살짝 빗나간 문제, 혹은 실수를 유발하거나 중요하지 요소에 초점이 맞춰진 문제들이 변별을 하는 이상한 시험이 되어가고 있다.
셋째, 다수의 학생들이 이미 특정 과목이나 특정 영역을 포기하고 있다. 시험으로서 온전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이는 수능이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나타난 문제이다. 수학을 포기한 인문계 고등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상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수능이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오히려 막고 있다. 잘 하는 과목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과목을 얼른 포기하게 하고 있다. 지금처럼 선택과목으로 운영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과목 모두 보게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봐도 대학입시제도로서의 수능은 학생들을 균형있게 공부하도록, 학교에서는 정상적으로 수업하도록 - 선택과목이나 기타 과목들이 자습이나 시키는 일이 없도록 - 판을 다시 짜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부모 노릇하기 힘든 사회 (0) | 2013.11.26 |
---|---|
서울대와 기타대 (0) | 2013.11.19 |
수능 이후 고 3 교실 (0) | 2013.11.14 |
연수와 학교 평가 (0) | 2013.11.13 |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0) | 201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