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서울대와 기타대

사회선생 2013. 11. 19. 20:02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대학이 있다. 서울대와 기타대다.' 아주 오래 전 연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가 한 말이었다. 나름대로 수재 소리 듣던 연대 졸업생 친구에게 그 말을 듣고 우리는 모두 아연실색했지만, 나 역시 지금은 그 말에 동의한다.

 진입 장벽이 높은 집단일수록 그와 같은 현상은 더 심각하다. 민간 기업에서는 이제 조직의 적응도와 이윤 창출 기여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현상이 많이 완화된 것 같지만, 학계와 법조계, 의료계에서는 서울대와 기타대 현상이 여전한 것 같다. 경희대 의대를 나온 친구 왈, '항상 보면 말이야, 서울대 의대를 나온 애들은 우리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에 빠져있는 것 같아. 자기들이 의사를 가르쳐야 할 의사라고 생각해.'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출신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매우 큰 기득권을 가지고 시작한다.(하다못해 연예인을 해도 서울대 출신은 프리미엄을 얹고 가지 않는가? 교사 역시 서울대 나온 남자는 임용시험따위(?) 볼 필요도 없이 학교를 선택해서 취업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서울대에 가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개인적 경험으로 봐도 기타대 출신보다는 서울대 출신에 스마트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 타당한가,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1월 19일자 YTN 뉴스 보도에 의하면 2013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한 서울지역 일반고 학생은 총 187명 인데, 그 중 70%인 131명이 강남, 서초, 송파구 출신이었고, 강북과 구로, 금천, 성동, 은평, 중구 등 6개 구는 서울대 정시 모집에서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로는 이제 서울대 안에서도 특목고 출신이냐 일반고 출신이냐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고 하니, 그 안에서도 또 상위 그룹이 존재하나보다.

  이제 소득수준이 거주지를 결정하고, 거주지가 학벌까지 연결되는 아주 슬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결과를 모를 리 없건만 서울대는 내년 입시부터 정시 인원을 늘리고, 수능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열 연대보다 하나 서울대가 낫다고 한다. 모든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 학력 수준과 상관없이 학교의 수준을 '서울대 몇 명 보냈어요'의 답변으로 판단한다.

 서울대의 기득권은 여전한데, 서울대 들어가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하긴 진입이 힘드니까 상대적으로 기득권은 더 커지는 것이겠지만.  실정이 이럴진대 정부에서는 학교의 경쟁력 약한 강북3구가 강남3구에 밀린다고 생각하고 경쟁력을 키우라고 성화다. 학교에서 사교육 대체할 만한 수준 높은 방과후 수업 시키고, 교사들 역량 강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란다. 국립대인 서울대에서조차 지역균형, 내신전형 선발 인원을 낮추는데도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당연하다고 수수방관한다. 고교 평준화가 실행되지 않는 한, 서울대는 지역균형과 기회균형 선발을 더 늘려야 한다. 정시보다 수시 학생부 전형을 더 늘려야 한다. 서울대는 국립 아닌가?

 고3 교실에서 수능 7,8 등급 받는 학생에게 너도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다고,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 교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꼭 정부가 학교에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강북! 너희도 열심히 가르치면 학생들 서울대 보낼 수 있어. 그러니까 열심히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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