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연수와 학교 평가

사회선생 2013. 11. 13. 23:57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내게 한 수 가르쳐 주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선배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후배라도 똑똑한 후배들과는 배우는 게 많아서 일하는게 즐겁다. 내가 여러 가지 일들을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하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고,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일들을 해 보라고 권한다. 좋은 연수도 받고, 대학원도 가능하다면 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온라인 연수는 도무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당장 내가 수업 혹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와의 직접적 연계성이 떨어진다. 둘째, 온라인 연수의 한계상 형식적이고 평면적인 수업에 그친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심지어 재미까지 없는 수업을 굳이 받고 싶지 않다. 셋째, 형식적인 시험과 이수증이 내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교원평가에서 하나의 항목으로 일정 시간 이상 - 60시간인가?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이수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나는 온라인 연수를 받지 않았다. 물론 내가 교원평가에서 불이익 받는 것은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자유롭지 않다. 내가 연수를 받지 않는 것이 학교 평가에 감점 요인이 된다며 연수에 대한 압력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떤 연수여도 상관없단다. 연수를 6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단다. 연구부장이 온라인 연수를 대신 신청해 줄테니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묻어서 받으라며 완곡하게 부탁하는데 거절하기 힘들었다. 이유는 하나. 내가 연수 시수 채우지 못하는 것이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무슨 연수인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를 위해 연수를 받아야 한다. 

 알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씁쓸하다. 연수를 받는 교사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맞는다 쳐도, 연수를 받지 않는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어떤 연수이든 상관없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하지만 학교 방침인지 교육청 방침인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 평가 운운하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알겠다고 했다. 조직 생활의 비애이다. 정말 한 달 동안 어떤 선생님들처럼 취미삼아 골프 연수- 난 골프같은 스포츠는 좋아하지 않지만 - 같은 것이나 스포츠 댄스 연수라도 받아서 시간을 떼워야 할 지, 국제 매너와 같은 - 스튜어디스 할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걸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  온라인 연수를 신청해서 클릭수로 시수를 채워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대학입시책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건만... 더 이상의 연수가 어디 있다고... 차라리 필독서 선정해주고 독후감을 써 내라고 하면 좋겠구만. 아, 정말 조직 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