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사회선생 2013. 11. 5. 23:34

어느 사회에나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존재했다. 과거 원시부족사회에서는 주로 육체적인 고통이나 두려움을 감내하고 극복하는 것이 통과의례였다. 물고기를 숭배하는 어느 부족은 온 몸에 비늘처럼 문신을 뜨는데 -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  위생적이지 않은 도구로 비늘처럼 배와 등에 울퉁불퉁한 문신을 만들면, 만드는 과정도 고통스러웠지만, 문신 후 회복되지 못하고 감염으로 인한 사망율이 꽤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될 만한 건강한 몸이 아니었기 때문에 죽었다고 정당화하는 통과의례로서 물고기 비늘 문신은 꽤 오랫동안 유지되었단다.

 또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번지 점프 역시 남태평양 어느 부족의 성인식에서 유래되었다. 번지라는 넝쿨을 다리에 묶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안전하게 살아 남은 자 만이 성인으로서의 자격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넝쿨이 끊어져 추락사해도 신의 뜻으로 간주하며, 성인이 될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위했다.

 어느 부족은 바닥에 숯불길을 만들어 놓고, 그 뜨거운 숯불 위를 맨발로 건너도록 한 후 무사히 건넌 자만이 성인으로 인정받았다. 물론 그들의 발은 화상으로 고생해야 했고, 심지어 그 때문에 불구가 된 사람도 있지만, 성인식은 모두가 통과하는 것이 아닐 때 의미를 가졌던 것 같다. 지금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여성 할례는 또 어떤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이 통과의례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 여성할례는 사망자도 많지만, 설사 살아 남았다고 해도 후유증이 매우 커서 장애와 질병을 평생 안고 사는 여성도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의 통과의례는 수능 시험인 것 같다. 수능을 무사히 치르고 대학에 안착하면 성인대접을 받지만 수능에서 실패하면 사회에서 성인 대접 받기 힘든 것이 현실 아닌가? (대학생이 술마시면 성인이라고 인정해주지만, 재수생이 술 마시면 부모님에게 타박받기 딱 좋다. 성인과 미성년자의 경계인이 된다.)

 학생들에게 말한다. 어느 사회에나 통과의례는 존재한다고. 수능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원시부족사회의 통과의례를 생각해 보라고. 그래도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고. 목숨은 걸지 말고 최선을 다 하라고.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기회는 또 있다고. 조금 늦게 성인으로 데뷔하면 어떠냐고...... 이틀 후면 수능이다. 모쪼록 학생들이 통과의례를 무사히 치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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