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평가의 계절이다. 학생이, 학부모가, 동료 상호 간에 교사 평가를 해야 한다. 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관료적 조직 문화와 온정주의가 지배적인 학교 현실에서, 심지어 평가 도구의 신뢰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형식적이거나 인기 투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고백컨대 동료 교사 평가를 할 때 항목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고, 그냥 매우 만족에 다 표시했다. 이유는 평가 항목들이 진짜 내가 그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기 어렵고, 진지하게 평가한다고 해서 그 평가가 반영될 것도 아니고 - 그런데 막상 평가 결과가 성과급 등에 적용되면 더 평가하기 힘들 것 같다. - 뒷담화만 무성해 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동안 함께 한 학생의 교사 평가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공부를 못 하는 학생도 저 선생님이 잘 가르치는지 못 가르치는지,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요소들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으로 간략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학부모 평가 역시 단지 50분의 수업 참관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혹자들 중에는 학부모는 담임교사에 대한 친절도 등 몇 가지 평가 외에는 불가능하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시간의 수업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요소들을 역시 간단히 평가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더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면 개방형으로.
우리 반 학생들에게 교원평가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면서 주문했다. “얘들아, 평가는 자유롭게 솔직하게 해. 하지만 개방형에 악성 댓글 식의 글은 쓰지 마. 내가 너희 생기부에 ‘학교 생활이 전반적으로 개판임’이라고 쓰면 너희들은 기분이 어떻겠니? 그리고 뭐가 개판인지 알아야 고칠 거 아냐? 익명성 있다고 교양을 져버리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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